○김덕규7단 ●이창호7단 =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3월 28일 17시 02분
**좌변 23흑 형세 이상적 제3보(21~34)=흑 21은 당연한 방향. 백이 손을 뺀 좌상귀는 흑이 `고목씌움'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고압적 자세를 배경삼아 힘차게 21에 걸쳐간 다음 23으로 전개한 좌변 흑의 형세가 이상적이다. 물론, 전보에서 선수를 뽑아 우하귀를 도려낸 백도 불만은 없다. 다시 날렵하게 상변으로 날아 백 24. 이수도 독특하다.
상대가 1인자 이창호니까 일단 이긴다는 욕심은 버린다. 연령의 고하를 떠나 1인자임을 인정하고 `한수 배우겠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내가 이렇게 두면 1인자는 과연 어떻게 대응해올까. 승부를 포기하는 것과 욕심을 버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전자가 `의지의 실종'이라면 후자의 경우는 `의지의 실천'이다. 독특한 취향의 한수 백 24에서 그런 의지가 엿보인다.
좌상귀는 흑의 고목에 백이 소목으로 뛰어든 형태. 부분적으로는 의 백 1, 3이 정석인데 문제는 백이
의 기착점을 보다 효율적으로 좌상접전에 연계시키려는데 있다.
실전 백 24 즉, 백 A 때 흑 C로 붙여 건너기만 해도 백 5로 미끄러진 정석보다 한칸 위에 있는 형태가 낫지 않느냐는 뜻. 흑이 이 주문을 거슬러 의 흑 1로 차단하면 그때는 백 2쪽으로 파고든다. 백 4, 흑 5 다음 A쯤으로 날기만 해도 뭔가, 흑이 활용당한 꼴이다.
실전 흑 25부터 백 32까지. 백 24의 취향은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검토실 일각에서는 흑 27로 28의 곳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 백이 한번 손을 뺐던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좌상귀를 고스란히 들어내 상변과 연결돼 형태가 너무 좋다는 것.
흑의 자세는 초지일관이다. 더덕더덕 돌을 쌓아 33까지 철벽을 완성한다.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