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터울 룸메이트 '박철순-박명환'
기사입력 1996년 03월 27일 15시 59분
선수가 집밖에서 자는 날은 1년중 며칠이나 될까. 보통 한달이 넘는 해외 전지훈련과 국내 합숙훈련, 시즌중 원정경기 등 이것저것 합하면 적어도 5개월, 많으면 6개월에 육박한다. 그러니 이렇게 많은 날을 한방에서 부대끼는 룸메이트가 누구인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신인들의 입단과 함께 기존 선수들의 기분 전환을 위해 최근 룸메이트가 일부 조정된 OB에는 희한한 커플이 눈에 번쩍 띈다. 프로 최고령 선수 (40)과 총액 3억2천만원의 팀 역대 최고액 신인 (19).
이 전지훈련에 빠지는 바람에 이들은 광주 마무리훈련이 시작된 지난 18일 비로소 `합방'을 했다.
전지훈련때 임시로 과 짝을 이� 던 은 귀국후 과 룸메이트가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송충이 씹은' 얼굴이 됐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보다 무려 21살이나 많은 `방장'을 모시게 됐으니 `내무생활'이 암담하게도 생겼다.
현재 미국에 유학중인 의 장남 상준군이 과 동갑이니 명실상부한 `아버지뻘'인 셈이다.
은 요즘 방에 걸려오는 의 전화를 상대방 신분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바꿔주는 등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그러나 그렇게 긴장해 있는게 오래 가지 않을거란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의 역대 룸메이트는
진필중 등 하나같이 그해의 유망 신인 투수들이었다.
의도적으로 이들을 과 묶은 이유는 백전노장의 노하우와 정신력은 물론 선배 모시는 예의까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려는 취지였다. "처음엔 걔들도 다 명환이하고 똑같았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다들 너무 편하게 잘 지내던데요."
웃으며 얘기하는 김태룡 매니저와 그래도 여전히 굳어있는 의 표정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