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 (41)
기사입력 1996년 03월 20일 16시 59분
모용추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냉소가 흐르고 있었다.
"총관의 본명은 청죽생이 아니고 오고타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아..."
"총관이 우리 일심부에 들어와서 충성을 하고 있는 목적이 무림의 세력을 이용하려는 아비라 왕녀의 심모(深謀)에 의해서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요."
"음..."
묵양대인은 탄성을 토했다. 모용추는 모든 내막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은자 4호 석부용은 저절로 몸이 움츠러 들었다. 이미 부주와 그 사매는 모르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사원과의 정사(情事)도 알고 있을까?
이때 묵양대인은 새삼 모용추를 은밀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나의 사매라고는 하지만 동족(同族)도 아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 여자를 신뢰할 수 있을까?'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모용추는 그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잣말처럼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아비라 왕녀와 관계를 맺어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언젠가는 중무련과 충돌해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비라 왕녀도 이용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묵양대인이 침중하게 말했다.
"그렇소. 총관이 우리를 이용하려 하듯이 우리도 총관을 이용하면 되오, 결국 어느 쪽이 더 현명하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려지게 되겠지."
모용추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물었다.
"본국의 고수들은 언제 도착하죠?"
"곧... 그들이 이곳으로 입성하는 날, 중원무림에는 일대 공황(恐慌)이 일어날 것이오. 그들은 중원의 무공을 한 차원 뛰어넘는 초극고수(超極高手)들이니까."
묵양대인은 만족한 얼굴로 음산한 괴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왜국(倭國)에서 새로운 고수들이 중원으로 들어온다는 뜻이 분명했다.
그러면 그들은 얼마나 고절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란 말인가?
모용추는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기더니 영영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
"그만 깨어나라. 오늘부터 너는 내 딸이 되었다."
그러자 영영은 정말로 의식을 회복하여 눈을 스르르 떴다. 그러나 영영은 두려움으로 질린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한 채 모용추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모용추는 그런 영영을 가만히 끌어 안는다.
마치 모정(母情)이 넘치는 광경이었다. 석부용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모용추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묵양대인은 단지 모용추를 주시할 따름이었다.
"배가 고프지?"
모용추가 물었다.
영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모용추의 호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영영이 눈물 그득한 눈을 깜박일 때 지하석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석양을 등지고 한 사내가 우뚝 나타났다.
놀랍게도 그는 총표두 양문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