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7단 ●황원준 8단=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3월 18일 19시 50분
**흑 29 '벌릴겸 육박' 안성맞춤 제3보(21~31)=요즘 홍익동 한국기원 검토실은 꽤 조용하다. 예전 관철동 검토실보다 넓고 깨끗하지만 오히려 상주하는 기사들은 줄어든 것 같다. 보통 때는 서너명의 기사들이 지나간 기보를 바둑판에 옮겨보거나 오도카니 둘러앉아 한담을 나누는 정도. 낡고 좁은 실내, 손때 묻은 의자며 바둑판들. 어쩌면 30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해왔다는 감정의 끈끈함들이 좀더 많은 기사들의 걸음을, 홍익동보다는 관철동으로 이끄는 것인지도 모른다. 레스토랑, 소주방에 에워싸인 `종로회관'도 예전의 정서를 잃어가고는 있지만.
대신 `홍익동회관'에는 신예기사들과 연구생, 기자들의 출입이 부쩍 늘었다.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사회인식. 문득 한국바둑이 하루가 다르게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반가운 일 아닌가.
우하귀는 간명한 정석으로 호각 절충. 백은 실리를 얻었고, 흑은 그에 상응하는 두터움을 취했다.
흑21의 한칸 굳힘에 유연하게 갈라쳐간 백 22까지는 그림 같은데 다음 흑 23으로 붙여갔을 때 배후에서 성큼 다가선 백 24가 조금 이상했다.
기분은 그렇게 달려가고 싶겠지만 여기는
백 1쪽이 낫지않았을까. 흑 2면 백 3 이하 9까지. 좌하귀 흑의 굳힘으로부터 전개할 방향을 선점하고 A를 엿본다.
실전은 흑29의 `벌릴 겸 육박'이 안성맞춤. 게다가 이제 백 면 흑 30의 협공이 자연스러워진다.
"이 정도면 흑도 할 만하네. 다음은 흑 `가'이겠지?"
검토실의 몇몇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무슨 뜻일까. 흑은 별 고민도 없이 훌쩍 상변으로 손을 돌려버린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