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 극단 전망 '얼굴뒤의 얼굴'
기사입력 1996년 03월 18일 19시 49분
**성격연기 돋보이는 '소외된 삶의 이야기' 극단 전망(심재찬)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창작극 `얼굴 뒤의 얼굴'은 한 인간의 소외감을 완성도 높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첼로' `덕혜옹주'의 콤비인 정복근 작, 한태숙 연출의 이 무대는, 낡은 상업주의 연극이 판치는 요즘, 진지한 작품성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것.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아내가 남편의 파멸과정을 아들에게 녹음으로 남긴다는 것이 극의 외피이다. 또 학력을 속인 비밀이 드러나면서 그동안 쌓아온 성공과 사회적 지위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소외된 이들이 가질수 있는 이율배반의 욕구인 소망과 자유에의 갈망 그리고 파국의 끝을 향해 치닫는 위험한 부부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진다.
배우 강신일과 예수정의 연기 또한 볼만하다. 특히 극중에서 증권회사 간부 박성덕으로 등장하는 강신일은 깔끔한 성격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가는 여자 동창 지원을 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절제된 연기력으로 그려낸다.
예수정 역시 싸늘한 이미지로 박성덕의 깊은 슬픔을 받쳐주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학력과 인맥의 줄타기 속에서 비켜가려는 한 인간의 소외의식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회화적인 무대장치,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음악, 그리고 영상처리, 그림자극의 시도는 흔한 방법들 임에도 불구하고 이 무대에서는 색다른 질감을 전해주었다.
연극다운 맛을 전해주는 잘 정돈된 한편의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3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 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4시30분. 수요일 오후 3시 주부를 위한 특별공연. 742-66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