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영화 콜렉터
기사입력 1996년 03월 16일 15시 02분
**본능의 강물에 몸을 던지다
**'미란다' 문신구감독 섬세한 성묘사 압권
현대인의 본능적인 성심리에 포커스를 맞춘 이색영화 `콜렉터'(문신구감독신필름제작)가 완성돼 시사회를 가졌다.
`콜렉터'는 고집스럽게 성에 관한 탐구로 일관해온 연극연출가 출신의 문 감독이 지난해 발표했던 `미란다'에 이어 또한번 파격적인 성심리를 영상에 담아낸 작품.
이미 `미란다'라는 연극으로 외설시비에 휘발렸고, 그에 대한 반발로 영화에 몰두하고 있음을 과시하듯 문 감독은 `콜렉터'에서도 특별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대신 성심리의 변화를 표현주의적 영상기법으로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외형적인 드라마의 골격은 사생활이 문란한 아내를 둔 소심한 성격의 중년남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다양한 성본능을 펼쳐보이는데 있다.
아내의 바람기에 소외된 인간으로서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대체행위로 도착적인 성에 탐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는 여인들과 아내를 비교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마취제의 힘을 빌려야할 정도로 편집증적인 성에 빠져든 주인공은 숱한 성편력을 거치면서 비로소 자신을 구원해줄 여인을 찾아내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스토리를 쫓기보다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성심리의 미세한 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무성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대사가 철저하게 절제된 점도 이때문.
문 감독 자신이 주연까지 맡고 출연진 전원을 연극배우로 한 점도 독특함을 더해주는 요인.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지나치게 연극적인 점과 성심리의 변화 묘사에 있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