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화가 강익중씨 12년만에 첫 작품전
기사입력 1996년 03월 16일 15시 01분
재미화가 강익중씨(36)가 몰고온 `예풍'(藝風)이 봄화단을 강타하고 있다.
강씨는 세계 미술의 격전장(激戰場) 에서 밑바닥부터 다져올라가 세계적인 `뮤지엄 아티스트'(Museum Artist)의 반열에 오른 인물.
20일부터 미술관, 학고재, 아트 스페이스 서울 등 3곳에서 도미(渡美) 12년 만에 갖는 첫 작품전에 강씨는 미술의 본질을 참신하게 일깨우는 작품을 무려 5만여점이나 선보인다.
작품 한점 한점이 미술과 세상사에 대한 강씨의 독창적인 철학을 넉넉하게 내보인다. 형상과 소리의 설치작업, 초콜렛을 소재로 한 이미지작업 등의 새로운 시도들은 타성이 만든 미술의 각질을 깨고 그 본질을 생생하게 울려내는, 파격의 묘미가 도드라진다.
현대인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담는 강씨의 다채로운 시도를 꾀는 것은 그림의 크기. 가로 3인치(7.6㎝), 세로 3인치의 손바닥만한 그림들이 한결같다. 도미해서 학업과 생계를 잇기 위해 잃는 시간이 아까워 갖고 다닐 수 있는 `포터블 캔버스'를 고안했다.
"3인치는 제 눈 사이의 길이입니다. 눈동자를 별로 움직이지 않고 저를 온전히 투사할 수 있는 크기지요. 가장 저를 저답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어서 더욱 파고들고 있습니다."
곤궁한 생활속에서 꿈꾼 미술에서 피어난 미니 캔버스. 이젠, 동-서양 미술의 차이를 명확히 하면서 양쪽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전위적인 기재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서양의 화가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고 겨루는 `큰 캔버스'의 작업들과 달리 그의 미니 캔버스는 화포, 나무, 초콜릿, 사운드 등의 옷을 시시때때로 바꿔입으면서 적당한 거리에서 세상을 관조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새겨놓는다.
"일종의 비빔밥이지요. 관조하고 그 결과를 작품 하나하나에 담아 수백개, 수천개 잇습니다. 우리 문화의 큰 장점인 일정한 거리의 관조와 사고의 유연성을 지킨 채 기록하고 모으면 제 스스로 수많은 말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술관은 31일까지 투명수지큐브와 페인팅 등 1만8천여점을, 학고재와 아트 스페이스 서울은 4월20일까지 페인팅 드로잉 등 3만2천여점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