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36)

기사입력 1996년 03월 14일 16시 51분


**"정말 사람같지가 않군!" "저는 이번에 한 명의 금강실혼인을 아비라님께 바치기 위하여 데리고 왔습니다." 타르무는 의아하여 반문한다.

"금강실혼인이라고?"

청죽생은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는 천하의 어떤 무공고수보다도 절륜한 공력을 지닌 불사신 같은 존재입니다. 비록 정상적인 의식을 잃어버린 실혼인이지만 아비라 왕녀님의 시종이 된다면 수백명의 경호무사보다 더욱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금강실혼인이 지금 어디 있는가?"

"바로 문밖에 있습니다."

청죽생은 문을 열고 한 사내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 사내는 바로 금강실혼인으로 변해버린 강문호였다.

타르무는 회색빛 얼굴에 회색빛 눈동자를 지닌 강문호의 음산한 모습을 보자 가벼운 탄성을 토해냈다.

"정말 사람같지가 않군!"

"전하께 이 사람의 능력을 잠깐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청죽생은 한쪽에 있는 석탁(石卓)을 가리키며 강문호에게 지시했다.

"저 돌 탁자를 손으로 부수어보아라."

그러자 강문호는 석탁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가더니 주먹을 들어 가볍게 내리쳤다.

뻑!

둔중한 소리가 나며 한자 두께의 육중한 백과석 탁자는 두부처럼 쩌억 갈라져서 무너졌다. 실로 놀라운 괴력이었다.

타르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오오! 놀라운지고!"

청죽생은 다시 강문호에게 눈짓을 보냈다. 금강실혼인 강문호는 부숴진 돌덩어리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서 모래로 변한 돌가루가 우수수 흘러 내렸다.

타르무는 사람 같지 않은 강문호를 응시하며 혀를 내두른다. 이번에는 청죽생이 발목에 차고 있던 비수(匕首)를 연달아 발출했다.

목표는 몰론 금강실혼인 강문호의 요혈(要穴)이었다.

그러나 타탕 하는 기음과 함께 비수는 강문호의 몸에서 튀겨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타르무는 감탄한 나머지 손뼉까지 쳤다.

"정말 훌륭하오."

청죽생은 별로 자랑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비라왕녀님을 뵙기가 어려우니...잠시 왕야께서 거둬주십시오."

타르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비라왕녀에 대한 자네의 충성심은 여전하군. 우린 곧 만나게 될걸세. 이 금강실혼인은 반드시 전해주지."

"감사하옵니다."

"자네는 다시 일심부로 돌아갈 것인가?"

청죽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심부주 묵양대인은 용의주도한 사람입니다. 그는 벌써 내 신분을 파악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오늘 그는 유난히 어두운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