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 (31)
기사입력 1996년 03월 09일 16시 51분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팟 하는 기음이 터짐과 동시에 타르무는 손목에 무서운 통증을 느끼며 패검을 떨구었다.
"우욱…"
마치 손목이 부러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타르무는 짐승처럼 소리쳤다.
"어느 놈이냐?"
물론 타르무에게 지풍(指風)을 날린 것은 목엽이었다. 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정원의 어둠을 헤치고 나갔다.
"아…!"
고야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토했다. 정말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았다.
그 사람… 바로 그 사내가 죽음의 순간에서 자신을 건진 것이다.
마치 달빛을 밟고 걷는 듯 유연한 자세.
훤칠한 키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여인 처럼 휘날리고 있는 사내 목엽.
이제 그를 알아본 타르무는 몹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너…. 넌?"
목엽은 예의 무표정으로 말한다.
"보내주신 손님들은 편안하게 접대해 드렸소이다."
타르무는 그제서야 목전의 허름한 신색을 하고 있는 청년이 보통 비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대의 내력이 무엇인가?"
목엽은 한결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난 경호원이였소. 그러나 이제는 그만 해고 당하고 말았소."
타르무는 부쩍 호기심을 느끼는지 물었다.
"이유는?"
"왕야께서 보내준 손님들에게 불손했기 때문이오."
혹시나 황보백령에게 해가 있을까봐 목엽은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청나라의 세도가인 왕야 타르무는 이 순간 의외의 제안을 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이제는 실업자가 되었으니 본 왕야가 채용하면 어떻겠나?"
그는 이미 고야를 처벌하려던 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 했다. 또한 목엽이 그의 손목에 상처를 준 것도 기억에 없는 모양이었다.
목엽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그저 혼자이고 싶소."
타르무는 집요했다.
"원하는건 뭐든지 주겠다. 권력도 있고… 황금도 있다. 그리고 이 계집도 원하면 하사해 주마."
타르무는 보기와 달리 매우 단순하고 급박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목엽은 당연히 그의 요구를 거절한다.
"내가 원하는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소. 그러므로 난 원하는게 없소."
타르무의 안색이 변하는게 달빛 사이로 보였다. 음성은 단호했다.
"나의 어떤 요구도 거절 당해 본 적은 없다. 내 경호원이 되지 못하겠다면 넌 이 자리를 떠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