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2단 ●장수영9단(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3월 08일 18시 24분
제4보(31-42) 백32, 34의 사석작전. 대범하게 싸발라 외세를 취하기는 했지만 '구렁이알'같은 우변백 석점을 삼킨 흑의 실리가 더 돋보인다.
게다가 우하귀로 이어지는 흑의 진현은 갑각류처럼 두텁고 배그이 세력에는 아직 약점이 남아 있다.
흑37. 입신의 고수답게 매섭게 약점을 찔러온다. 묵묵히 백39로 잇는 것은 무겁다.
즉, 백1이면 이하 흑6까지 백으로서는 답답한 진행이 된다.
백세력이 이렇게 둔탁하고 길게 누워버리면 우변 흑의 실리는 그냥 헌납한 꼴이다.
백38, 흑39 기세의 충돌. 백38의 관통도 후련하지만 흑39로 백세력의 허리를 잘끈 잘라버린 것도 통쾌하다.
백 40, 42. 이 공격으로 우변의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터. 흑의 손길도 신중해진다.
우상귀를 송두리째 내조었다가는 우변의 짭짤한 소득도 허사. 흑의 다음 한수는 당연한 곳이지만 이후 변화의 득실까지 헤아려두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바둑계의 최대회제는 역시 , 이창호의 '사제도전기'. 92년 이창호의 대대적인 선전포고로 시작된 이 전면전은 이제 아예
연례행사(?)로 정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이어넘겨진 도전기만도 총 27번기인데 기성전, 배달왕전, 대왕전은 이창호의 압도적 승리로 막을 내렸고 패왕전과
최고위전이 목하 진행중이다.
바둑팬들은 유일하게 이 2승1패로 앞서 있는 패왕전을 주시하고 있다. 약자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대(對) 비4인방전'에서 50승 1패를 기록한 이 약자일리도 없다.
'장미의 기사'라는 낭먼적인 낵네임을 안겨줄만큼 즐겨 피우던 '장미'마저 끊고 사력을 다하는 이 불퇴의 승부가에게
신선한 '시간의 역류'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