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대생 차유진 '펜싱+공부' 두마리 토끼 잡은 비결은?

기사입력 | 2013-08-12 05:27:22


'스무살' 차유진(20)은 미국 브라운대 펜싱부 학생선수다.

13~15일까지 제주도 서귀포 한국국제학교(KIS) 제주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제3회 한미펜싱대학선수권에 미국 학생선수 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유일한 한국국적의 선수다.

경복초등학교 6학년때 가족과 함께 LA행 비행기에 올랐다. 메사추세츠 보딩스쿨 졸업 직후인 지난해 가을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에 입학했다. 차유진은 14일 대회 직후 열리는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선다. 운동과 공부를 성공적으로 병행한 자신의 실제 경험을 한국의 선수, 학생, 학부모들과 공유한다. 지난 9일 한미펜싱대학선수권 참가를 위해 서울 한남동 로러스 펜싱클럽 피스트에서 뜨거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아이비리그 학생선수' 차유진을 만났다.

▶미국의 학생선수(Student-Athlete)는?

차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태권도를 배우면, 태권도 선수, 축구를 배우면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운동선수가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던 부모님은 딸에게 조기유학을 권했다. 미국 학교의 체육시간은 즐거웠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체육은 대입 필수과목이에요. 뭐든지 꼭 하나는 해야 하죠."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 펜싱 검을 잡았다. 클럽에서 펜싱을 배우며, 학생선수의 꿈을 키웠다. 매학기 학교에선 다양한 종목을 습득했다. "가을학기엔 축구, 겨울학기엔 아이스하키, 봄학기엔 골프를 배웠어요." 2012년 한미대학펜싱선수권때 인턴 자격으로 참여했다. 스탠포드, 펜실베이니아대, 브라운대 등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출신 감독들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히고 얘기를 나누며, 학생선수의 꿈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해 가을 브라운대에 당당히 합격했다. 올해는 브라운대 펜싱팀 선수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내가 운동을 한다고 말하면, 우리나라 친구들은 프로에 진출하거나 직업선수, 국가대표가 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학생선수'는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차유진이 미국 교육시스템 속에서 학생선수(Student-Athlete) 개념을 알기쉽게 설명했다. "공부를 하면서 좋아하는 운동도 함께한다는 개념이죠.. 대학교 졸업후 펜싱선수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뇌과학이나 의학을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엔지니어링 쪽을 전공해 취직한 친구도 있어요. 졸업후에도 자기직업을 가진 채 훈련시간은 따로 만들어서 운동을 해요. 그러다 랭킹포인트가 쌓이면 국가대표도 되고, 학교나 직장의 양해를 구해 세계선수권, 올림픽에도 출전하는 거죠."


▶펜싱과 공부 두마리 토끼를 잡다

"입학 직후 펜싱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겁도 났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효율적인 시스템과 코칭스태프들의 배려 속에 이내 적응했다. "같은 학교라도 운동부마다 연습시간이 달라요. 저희 펜싱부는 수업 끝나고 오후 5~7시 사이에 연습을 해요. 오후 수업이랑 겹칠 때도 있는데, 공부가 무조건 먼저예요. 코치님들이 그부분은 다 이해해주세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시고, 개인레슨도 해주시죠." 차유진은 지난학기 중국어, 경제학, 신입생을 위한 세미나 수업 등 4과목을 들었다. 졸업할 때까지 30과목을 채워야 한다. 매일 2시간씩 5일간 펜싱훈련을 한다. 주말 대회가 있을 경우엔 토요일 하루는 온전히 날리게 된다. 그러나 이 부분이 공부에 방해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만 한다. 전미대학선수협회(NCAA)의 규정상 성적이 떨어지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스스로 깨쳤다. "훈련이 없을 때 오히려 더 게을러져요. 훈련이 있을 땐 과제할 시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책상 앞에서 더욱 집중력 있게 하게 돼요. 선택과 집중을 더 잘하게 됐어요." 조심스럽게 첫학년 성적을 물어봤다. "4.0만점에 3.6!" 자타공인 '우등생'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 첫 학년에 대해 스스로 매긴 성적표는 "80점 이상"이다.

한국유학생으로서 펜싱팀에 속해 있으면서 얻은 건 비단 성적뿐만이 아니다. 미국친구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았다. "한국유학생들끼리 몰려다니다 보면, 정작 미국친구들은 많이 만날 수 없어요. 펜싱팀에 함께 있다보면 파티도, 모임도 늘 함께하게 되죠"라며 웃었다. "또 땀 흘리며 만난 친구들 사이에는 우리들만의 끈끈함이 있어요. 우리만 아는 특별한 동료애죠"라고 덧붙였다.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체력과 끈기, 승부욕,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더 강해졌다. "처음엔 하루 2시간 훈련이 힘들었어요. 적응기를 거치고 나니 훈련이 없는 날 오히려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어요. 수업시간에도 더 집중하게 되고요. 운동을 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면 아이비리그 대학생이 될 수도,이렇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