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둥지] 현정화 감독 '탁구로 인생을 말한다'

기사입력 | 2013-08-09 14:13:30

현정화 감독과 차세대 여성지도자 교육생 ⓒ 이상희

탁구의 여왕이 차세대 여성지도자를 꿈꾸는 교육생들 앞에 나섰다. 7월 2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체육인재육성재단의 주관 하에 차세대 여성지도자를 대상으로 열린 4주차 교육과정이었다. 교육생들은 현)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및 국제탁구연맹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인 현정화 감독의 열띤 강의를 경청하였다. 현정화 감독은 선수 이후 지도자로서 걸어온 길 그리고 그간의 고난, 극복방안 등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세에 대하여 경험에 비추어 탁구를 통한 인생을 강의하였다. 수 없이 찾아온 크고 작은 시련들을 이겨낸 힘과 원동력은 어디서부터일까? 탁구와 함께한 그녀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냈다.

현정화 감독의 열정적인 강의 ⓒ 이상희
아버지의 탁구 유전자, 어머니의 인성
현정화감독은 탁구를 처음 시작하고서야 아버지께서 탁구를 하셨던 것을 알았다. 좋은 유전자 덕분에 성공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2년 터울의 딸 셋을 교육시키고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일찍이 생계를 책임지셨다. 음식을 만드는 데 가장 소질 있으셨던 어머니는 조리사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하시게 되었다. 일찍부터 출근하시는 어머니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항상 세 딸의 도시락부터 챙기고 일에 나가셨다. 어머니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은 그녀가 보고 자라면서 몸에 베고 현재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나를 만들어가는 힘_ 노력과 열정
운동을 하면서 오전 운동만 조금 쉬어도 오후 운동은 날아 갈 듯 하다. 하지만 디스크나 인대가 파열 되지 않는 이상 맘 편히 쉴 수 없었다. 감기가 와도 쉬기보다는 오히려 땀내고 운동해서 감기를 이겨내곤 했다. 마음속에서는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힘이 들 때면 곧바로 극복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어떤 일을 할 때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받아들이는 것이 큰 장점이 되었다. 중국선수는 실력과 처세에 능해서 경기를 할 때면 마치 공을 치면 벽에 대고 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다. 공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자신과의 약속은 연습 때도 이어졌다. 용인 기흥에 탁구전용체육관이 있다. 코리아골프장 초입에서부터 왕복 8km 되는 거리를 숨 한번 돌릴 새 없이 쉬지 않고 뛰었다. 그녀는 걷는 순간 중국에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늘에 맹세코 훈련 때에 누가 보든 안보든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가슴에 품어라.
열정과 노력 없이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공유할 수 있을 때 성공의 문턱이 보인다. ‘나만 잘 하면 된다’가 아니라 좋은 에너지와 인성을 가지고 리더로서 자리를 걷지 않으면 안 된다. 주변의 친구 동료 선후배를 함께하는 동반자로 여기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번 일등 했다고 앞으로 계속 일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일등을 목표로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목표의 달성 그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열정과 목표가 생긴다. 새로운 도전은 다시 받아들이면 된다. 그녀의 성실함과 열정은 그녀의 가슴에 항상 태극기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결코 식지 않았다. 후배들에게도 그 인성을 가르치고 전하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자 목표이다.

강의를 경청하는 차세대 여성지도자 교육생들과(좌), 열띤 강의중인 현정화 감독(우) ⓒ 이상희

내 근육이 구질을 외운다
현정화 감독에게 탁구는 항상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다. 탁구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탁구에 대한 극진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는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 또 집중’ 이라고 했다. 공의 움직임을 읽으려면 자신의 근육이 구질을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상대를 보고 몸을 돌려서도 안되고 확신과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그런 눈을 키워야 했다. 그래서 한 순간도 집중을 잃어선 안 된다. 경기 때는 주변의 모든 시야를 한곳으로 집중한다. 공과 상대방의 라켓만 보면서 반복적으로 집중하는 훈련을 하였다. 경기가 결승에 까지 가게 되면 이긴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이긴다는 마음을 갖는 순간부터 심장이 떨리고 힘이 들어가면서 수행이 느려진다. 모든 집중력이 하나가 되어 마치 춤을 추듯이 움직여야 어택이나 드라이브가 잘 된다. 사실 네트나 테이블 엣지에 공이 맞는 것도 결국 실력이다. 네트를 타고 넘어가는 것도 공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교육생들에게 성공하기 위해 힘을 실어주었다. ⓒ 이상희
88 서울올림픽에서의 현정화 ⓒ 대한체육회

 
나약함을 이겨내라
성공을 하기 위하여 남들과의 잣대를 비교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힘들었던 서킷트레이닝. 온몸의 근육이 뭉치고 목 뒤도 뻐근하여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 이다. 이럴 때에도 쉬지 않고 운동을 통해 다시 단련했다. 지금 돌아보면 무식하게 운동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그런 운동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조금만 아파도 쉬게 하는 건 오히려 자신을 나약하게 만든다. 옆에서 자꾸 보호해 주기보다 자신의 나약함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종일 운동만 한다고 그 효율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최고로 피치를 올려서 더 이상 쓸 힘이 없을 만큼 흔히 트레이닝 이론에서 ‘사점’이라고 불리는 극단의 고통 시점까지 훈련을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고 단련된다. 훈련의 강도가 세질수록 그 다음날 쳐지고 힘들지만 경기에서 체력이 고갈되었다고 쉴 수 없듯이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실력의 차이는 어떻게?
완벽한 선수는 아무도 없고 완벽한 팀도 없다. 탁구에서 강점만 가지고 경기를 한다고 해서 그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응용의 능력도 길러가는 것이 중요하다. 약점과 강점을 바로 알고 경기상황에 따라서 순간순간 달라지는 상대 선수의 모션을 순간순간 캐치해야 한다. 선수는 코치나 감독이 발언했을 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지도자는 이 모두를 소화해 낼 능력 있는 선수를 발견해 내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선수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수다. 실력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방법은 테이블 앞에 섰을 때의 겸허함을 지니는 것이다. 교만한 자세를 가지고 상대가 실력이 낮은 선수라고 비하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면 오히려 그 경기에서 패하게 된다. 실제로 현정화 감독이 겪어 보았다고 한다.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였을 때 선수를 성숙하게 한다. 자세를 되잡고 하나씩 신중하게 공을 넘기는 훈련을 통해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탁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해당된다.
 
선수와의 신뢰, 눈높이 대화 그리고 관심
현정화 감독은 매일 어린 선수들과 문자로 소소한 안부를 주고 받는다.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안팎으로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현정화 감독은 미국에 있을 때도 국내에서 한창 고비를 겪고 있는 선수에게 지속적으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가 스스로 감독의 말을 흡수하고 노력하게 되어 국내에서 최고 성적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지도자는 선수의 현 상황에서 문제되는 것은 과감하게 지적하고 올바른 심신의 자세를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현정화 감독은 선수들과의 신뢰를 쌓고 눈높이 대화를 하며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주변 모두가 조력자
현정화 감독은 선수출신이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되자 오히려 그녀는 이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다른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흡수하게 되면서 감독으로서 눈이 뜨이게 되었다. 유남규(탁구), 김택수(탁구), 홍명보(축구) 등 선수출신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감독들의 많은 장점들을 그녀가 선택적으로 흡수해 나갔다. 지도자뿐 아니라 파트너, 동료, 밥을 해주는 아주머니조차 다 조력자라고 생각했다. 다른 팀 선수여도 그녀의 기술을 알려주고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 여성이기 때문에 출산과 육아를 떼어낼래야 뗄 수 없었다. 아이를 낳자 마자 한 달 만에 체육관에 나오고 대표팀도 석 달 만에 복귀 했다고 한다. 합숙훈련 때는 눈물을 삼키면서 분명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고 믿었다. 아직까지도 친정 어머니께서 십여 년간 손주들을 돌봐주신다. 남편의 외조와 친정 어머니의 극진한 조력이 함께 하였기 때문에 그녀의 아이들도 자립심 있게 성장하였고 현정화 감독 자신도 더 열심히 활동 할 수 있었다.
 
외국어의 중요성_꾸준한 노력과 미국정착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스포츠는 경기력이 좋은 나라와 협력하고 교류하면서 발전 된다고 생각했다. 여러 나라와 교류하기 위해서 언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런던올림픽 개최 전 미국을 오가며 USC 랭귀지스쿨 아카데미를 등록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일주일 만에 미국에 가서 9월 학기부터 시작하고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학비에 집을 구하고 아이들 교육까지 기반을 다지려고 하니 억 단위의 돈이 나갔으나 아깝지 않았다. 미국은 선수 특기자여도 650명 전 종목에 걸쳐서 1대1 튜터링과 학생들간 멘토링으로 장학금과 학점관리에 신경 쓴다. 늘 공부하는 학생들로 만드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외국어 능력을 키우고 자녀들도 즐겁게 운동도하고 공부도 하게 되어 기쁘다고. 현정화 감독은 가족과 함께 미국에 장기적으로 본인의 외국어 향상과 더불어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에 정착할 예정이다. 기러기 엄마가 되어 현정화 감독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려 한다. 남편은 선수 시절부터 탁구 연습 파트너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가 있었고 개인적인 친분이 두터운 서향순(양궁)- (84년 LA올림픽에서 건국이래 최초로 올림픽에서 여자 금메달을 획득) 선수가 미국에서 양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정화 감독은 같은 곳에서 8월 말에 현정화 탁구교실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제자리 걸음은 ‘퇴보’다_ IOC위원을 목표로
현정화 감독은 엘리트체육인을 육성하는 지도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많은 후배를 위한 본보기가 되었다. 꾸준한 외국어 습득을 위해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국제스포츠 행정가로서 활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IOC위원을 목표로 ITTF(국제탁구연맹)에서 일도 하고 후배를 이끌어가는 활동을 많이 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다. 열정과 인성을 모두 갖춘 사람은 언젠가는 빛을 볼 거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에서 유아교육학과 전공, 고려대학교에서 체육교육대학원 전공하게 된 이유를 묻자 유아교육은 순전히 어머니의 조언에 의해서 입학하게 되었던 거라고 말했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지원했었고 고려대학교에서 체육교육대학원을 졸업하게 된 가장 중요 한 것은 어떤 꿈을 갖고 살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고 했다. 대학원 과정을 통해서 또 한번 경험과 지식에 부합한 성장을 이뤘다. 수 없는 슬럼프를 이겨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녀 자신을 믿었고 제자리걸음은 ‘퇴보’라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책임감 있는 생활을 유지하고 한 번 내 뱉은 말은 꼭 지키려고 애썼다. 소신 있는 행동으로 인해 그녀를 신뢰하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한다.
 
현정화 감독은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성적과 영광을 누렸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그녀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도자로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기 위한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여성이 지도자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여성지도자를 꿈꾸는 차세대 여성지도자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차세대 여성지도자를 꿈꾸는 여성 스포츠인들이 현정화 감독의 사례를 본받아 지도자로서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뚜렷한 목표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니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스포츠둥지(sportnest.kr) 이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