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꽃미남'미국펜싱대표,왜 강한가 봤더니

기사입력 | 2013-05-07 08:14:30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미국 펜싱 플뢰레대표팀 감독 그렉 마시알라스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펜싱선수권 단체전 결승에서 미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세계 최강' 이탈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개인전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안드레아 카사라(이탈리아)가 막판 대역전극을 쓰긴 했지만, 10대, 20대 초반 선수로 구성된 젊은 미국에게 혼쭐이 났다. 8강에선 한국을 45대 36, 9점차로 따돌렸다. 지난 1월말 파리챌린지대회 8강에서는 프랑스를 45대15로 꺾었다. '펜싱종주국' 프랑스를 안방에서 30점차로 누른 일은 세계펜싱계에서 회자된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 러시아, 독일을 줄줄이 꺾고 우승했다.

우월한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미국 에이스들은 국내 펜싱선수 및 동호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마시알라스 감독의 아들인 알렉산더 마시알라스(19·스탠포드대), 모델 일을 병행하는 레이스 임보덴(20·세인트존스대), 세계랭킹 5위 게렉 메인하트(23·노틀담대)는 꽃미남이다. 2m에 달하는 최장신 흑인선수 마일스 챔리왓슨(24·펜실베니아주립대)은 '엑스맨'에서 걸어나온 듯한 '만화캐릭터'다. 무엇보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대표팀 전원이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점이다. 내로라하는 미국 명문대 학생들이다. 공부와 펜싱을 완벽하게 병행하고 있다. '공부하는 선수'들에게 승승장구의 비결을 묻자 씩씩하게 답했다. "우리가 '더 스마트(smarter)'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미국 펜싱은 왜 강한가

마시알라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펜싱클럽을 운영한다. 1984년, 1988년 올림픽에 참가했다. 7세 이상 유소년부터 대표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아들 알렉산더는 7세때부터 아버지의 클럽에서 펜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최연소 전미 펜싱주니어선수권 챔피언 출신이다. 런던올림픽 미국대표팀에 당당히 뽑혔다. 마시알라스 감독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은 일주일에 3회 펜싱 훈련을 한다. 2시간씩 2회, 3시간씩 1회 훈련이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focusing)"이라고 믿는다. "정상적인 삶(normal life)를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펜싱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학교 이후에야 검을 잡는 태릉선수촌 국가대표 선수들이 매일 새벽, 오전, 오후, 야간 하루 4차례, 8시간 이상 집중훈련을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마시알라스 감독은 훈련에 있어 '집중력'과 '창의성'을 신봉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이후에는 훈련량보다는 집중력이 중요하다. 3시간을 늘어지게 하는 것보다 30분을 집중력 있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펜싱은 멘탈 스포츠다. 유연해야 하고, 똑똑해야 하고, 창의적이여야 한다." 몸을 푸는 방법도 다양하다. 일반적인 웨이트트레이닝뿐 아니라 농구, 축구, 배구, 자전거, 수영 등을 통해 긴장감을 푼다. 알렉산더는 "나는 농구와 수영을 즐긴다. 농구는 함께 하는 운동이라 즐겁다. 수영은 손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체부위를 쓰는 전신운동인 데다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물론 올림픽 직전 2개월간은 이들도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1주일에 6일,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다. "아주 특별하고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스마트 펜싱, '공부하는 선수'의 좋은 예

'공부하는 펜싱선수' 알렉산더 마시알라스는 세계랭킹 7위다. 스탠포드대에선 기계공학을 전공한다. 펜싱대회 출전을 위해 전세계를 누비는 비행기는 그의 '공부방'이다. "한국으로 오는 내내 비행기안에서 중간고사 리포트를 쓰느라 바빴다"며 웃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함께 오른 어머니와 함께 '중국어' 과목 모의고사도 치렀다. 4월 말 SKT그랑프리에 곧바로 이어진 도쿄월드컵(5월4~5일)를 앞두고, 부득이 미국에 다시 갔다와야 한다며 웃었다. 스탠포드대 4년 장학생인 그는 수업 출석을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좋아하는 펜싱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상식이다. "수업을 빠져선 안된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펜싱을 하려면 당연히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노틀담대 4학년인 메인하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얼마전 노틀담 MBA(경영대학원) 시험에도 합격, 내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5일 도쿄월드컵 개인전에서 2위에 올랐다. 은메달의 기쁨도 잠시, "이제 곧 학기말 시험이 시작된다. 빨리 돌아가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며 학업에 대한 걱정부터 늘어놨다.

알렉산더에게 인생의 목표를 물었다. "펜싱선수로서 당연히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이후엔 의사가 될 수도 있고, 공학자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을 할 수도 있고…." 미국 펜싱 엘리트들의 미래는 열려 있다.이들은 펜싱을 잘하는 '학생'일 뿐이고, 펜싱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길 중 하나일 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비리그 명문대에 펜싱팀이 존재하는 이유다. 오는 8월 제주도 국제학교 KIS(Korea International School)에서 열릴 한미대학펜싱선수권에 초청된 미국 대학 펜싱선수들 역시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 출신들이다.

공부 잘하는 선수들이 운동도 잘한다. 운동 잘하는 선수들이 공부도 잘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공부하는 선수'의 좋은 예다. 스포츠 강국이 아닌 스포츠 선진국이 되기 위해, 평생 행복한 스포츠를 하기 위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