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올인. 비선수출신 KBL 새 총재-총장 체제 시험대에 서다

    기사입력 2018-05-17 05:56:51

    서울 SK와 원주 DB의 2017-201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경기가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김민수가 3점슛을 성공한 후 최부경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4.18/
    경기력의 시대가 끝나고 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했다.

    김영기 총재에 이은 KBL 제 9대 총재로 이정대 전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선임됐다. KBL은 16일 임시총회를 소집해 이정대 신임 총재와 최준수 사무총장에 대해 승인했다. 앞으로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새 집행부가 KBL을 이끌게 된다.

    이정대 신임총재(63)는 현대차그룹 부회장까지 오르며 현대자동차를 글로벌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기업가이고, 최준수 신임 사무총장(53)은 전략기획과 마케팅 분야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KBL을 이끌어갈 총재와 사무총장의 투톱이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인 출신으로 꾸려진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김영기 총재-이성훈 총장은 모두 농구인이었고, 이전 한선교 총재 시절에도 안준호 전무와 이재민 총장은 농구 선수 출신이었다. 또 한선교 총재 전의 김영수 총재 시절엔 비 경기인인 김인양 사무국장이 있었지만 김 국장도 LG 세이커스의 단장 출신으로 프로농구에 관련이 깊은 인물이었다.

    이렇게 농구에 발을 딛지 않은 인물들이 KBL을 이끌게 된 것에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너무 농구를 모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농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여러 일을 추진하다간 잡음만 생기고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

    그러나 새롭게 회장사가 된 현대모비스는 프로농구의 문제점을 경기력보다는 마케팅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마케팅 전문가를 모셔왔다.

    현대모비스 임영득 구단주(사장)는 이번 인사에 대해 "신임 KBL 총재와 사무총장 내정자는 경기인 출신이 아니지만 각자 분야에서 검증된 전문성으로 KBL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정대 신임 총재는 10개 구단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프로농구 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건전하고 올바른 운영을 지휘할 것이며, 최준수 신임이사는 프로농구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KBL을 재미있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KBL 이정대 신임총재
    KBL 최준수 신임 사무총장
    이전 김영기 총재는 '경기가 재미있어야 관중이 온다'는 신념으로 경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취지아래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제한하는 제도를 만들었고, 안드레 에밋(전주 KCC), 디온테 버튼(원주 DB), 키퍼 사익스(KGC) 등 단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 어느 정도 성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시즌엔 외국인 선수의 신장제한을 더욱 강화해 단신 선수는 1m86, 장신 선수도 2m가 넘지 않도록 했다. 빠르고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들이 와서 재미있는 농구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행하기도 전에 전세계 농구팬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너무 재미만을 추구한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력이 향상돼 관중이 증가했을까. 2017∼2018시즌의 총 관중수는 75만4981명으로 평균 2796명을 기록했다. 이전 2016∼2017시즌의 83만2293명(평균 3083명)에 비해 9.3%나 줄어들어 역대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경기가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보다 판정시비 등 나쁜 평가가 더 많았던 시즌이었다.

    새롭게 회장사가 된 현대모비스는 그래서 경기력보다 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 KBL의 경기력을 아무리 높여도 NBA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 경기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팬들이 농구장을 찾아 즐길 거리를 찾고자 했다.

    농구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메이저리그 사커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경기력이 유럽리그와 비교가 안되지만 나름의 재미와 마케팅으로 성공하고 있다"면서 "지금 KBL의 경기력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재미있게 경기를 한다. 그럼에도 흥행이 되지 않는 것은 마케팅의 차이다. 시대가 변했다. KBL에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한 시기"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새 집행부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외국인 선수 제도와 매 시즌마다 계속되는 판정 시비 등 처리해야할 현안이 많다. 인기가 떨어져서 이제 대표적인 겨울 실내스포츠라고 말하기 힘들어진 프로농구. 새 총재-사무총장과 함께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KBL 이정대 신임 총재 프로필

    1955년생 충남대학교 경영학 석사 2000~2002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 실장. 상무 2002~2003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 실장. 전무 2003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본부장. 부사장 2007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본부장/기획조정담당 사장 2007~2008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본부장. 부회장 2008~2012 현대자동차 경영기획담당 부회장 2012 현대모비스 부회장

    ◇KBL 최준수 신임 사무총장 프로필

    1965년생 연세대학교 금속공학/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 1991~1994 동부제강 기획실 홍보팀 대리 1996~2005 금강기획 기획팀 팀장 2005 이노션 월드와이드 2008~2009 이노션 월드와이드 해외광고 팀장 2009~2014 이노션 월드와이드 인도 법인장 2014~2017 이노션 월드와이드 광고기획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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