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평] '견지망월(見指望月)', 오버워치 양 갈래머리 메르시가 불편한 이유는

    기사입력 2018-05-15 11:14:12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5월 9일 슈팅 게임 '오버워치' 인기 캐릭터 '메르시(Mercy)'를 테마로 한 '핑크 메르시(Pink Mercy)' 기간 한정 자선 스킨을 출시했다. 5월 21일까지 판매되는 스킨 판매 수익금 전액은 유방암 연구 재단(Breast Cancer Research Foundation, 이하 BCRF)에 기부된다.

    '핑크 메르시' 스킨은 '메르시'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모습이다. 머리를 묶은 리본, 옷, 무기, 날개 색이 모두 핑크로 돼 있다. 유방암 인식 개선 운동이 '핑크 리본'을 상징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킨 전체를 살펴보면 머리카락부터 목, 팔은 물론 의상 전체적인 디자인에 '핑크 리본'이 적용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BCRF에 수익금이 전액 기부되는 '핑크 메르시' 스킨은 16,000 원에 판매 중이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와 연계해 유명 '오버워치' 콘텐츠 제작자들과 자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방송을 시청하면 시청자에게 아이템이 지급되고, 시청자가 기부한 금액은 모두 BCRF에 기부된다.

    자선 이벤트에 참여하면 누적 시청 시간에 따라 트위치 채팅 감정표현 3종과 '오버워치' 게임 내 아이콘 '리본', '핑크', 스프레이 '리본', '치료', '함께', '핑크' 등 9가지 아이템이 제공된다. 블리자드 공식 스토어에서는 관련 삽화가 그려진 티셔츠도 30 달러(약 32,000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번 이벤트는 적지 않은 유저가 동참해 진행되고 있다. 5월 9일 시작된 트위치 자선 이벤트는 시작한 지 6일 만인 5월 14일 기준 모금액 77,409 달러(약 8,271만 원)가 모였다. 하루에 12,901 달러(약 1,378만 원)가 모인 셈이다. 자선 이벤트가 마무리되는 5월 22일까지 모금액은 총 15만 달러(약 1억6천만 원)는 충분히 넘으리라 예상된다.

    블리자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트위치 자선 이벤트 모금액뿐만 아니라 '핑크 메르시' 스킨 판매금과 티셔츠 판매금 또한 전액 BCRF에 기부할 예정이다. 최소 보장 기부액은 25만 달러(약 2억7천만 원)로, 기부 이벤트가 종료되면 최종 기부액이 공개될 예정이다.

    -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야




    '핑크 리본'은 1990년 유방암 생존자들이 참여하는 '치료를 위한 경주(Race for the cure)'에서 참가자들에게 핑크 모자를 나눠준 데서 비롯됐다. 1991년부터는 모자가 리본으로 바뀌었고, 유명 화장품 업체 '에스티 로더' 그룹 일원 이블린 로더(Evelyn Lauder)가 1992년 화장품 매장에서 '핑크 리본'을 나눠주면서 본격적으로 유방암을 상징하게 됐다. '핑크와 블루 리본'은 남성 유방암을 상징한다.

    유방암 생존자이기도 한 이블린 로더는 1993년 유방암 예방에 힘쓰는 과학자, 의사들과 뜻을 모아 BCRF를 설립했다. 이렇게 설립된 BCRF는 매년 10월이 되면 한 달 동안 '전 세계 유방암 퇴치 캠페인'을 통해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를 홍보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특히 여성 유방암을 의미하는 '핑크 리본'을 강조하면서 BCRF에서 진행 중인 유방암 연구를 지원하는 뜻깊은 행사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캠페인에 담긴 좋은 뜻보다는 '핑크 메르시' 스킨에 대한 '불편한' 의견을 우선시하고 있다. 해당 의견에 따르면 '핑크 메르시' 스킨은 게임 내 설정상 37세인 '메르시'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SNS를 통해 제기되고 있는 의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0대 후반 전문직인 외과 과장이 '나니에 어울리지 않게' 양 갈래머리를 한 점과 등이 파인 옷을 입은 점, 스킬을 사용할 때 '뾰로롱' 하는 마법 소녀를 연상케 하는 효과음이 나는 점 등을 들며 부적절한 스킨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는 의사 가운을 입은 채 '핑크 리본'만 달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열린 '2018 플레이엑스포' 국제 게임 콘퍼런스(International Game Conference)에서 '똑똑한 레볼루션: 게임 속 AI'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템플 게이트 게임즈 테레사 드린저(Theresa Duringer) 설립자만 봐도 불혹이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양 갈래머리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다.

    스킨 콘셉트를 보면 유방암은 발병률이 높은 암이므로, 미리 발견해서 마법처럼 없애자는 뜻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을 보면 등 파인 옷은 여름에 여성들이 입는 의상 중에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형태다. 스킬을 사용할 때 나는 '뾰로롱' 소리는 '마법 소녀'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효과음이다. 유로 스킨인 만큼, 콘셉트에 맞는 특별한 효과음이 추가된 점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요소다.

    게임 내 다른 스킨을 보면 과학자 '메이'는 벌을 치는 '양봉' 스킨이, 역도 선수였던 '자리야'는 '야만 용사' 스킨이, 사이보그 닌자인 '겐지'는 '초인전대' 스킨이, 기술자인 '토르비욘'은 '해적' 스킨이 존재한다. 이처럼 '오버워치'는 캐릭터 성별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다양한 콘셉트로 캐릭터 스킨을 만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핑크 메르시'에 불편을 표한 이들은 '소녀/여성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고 주장하지만, 정작 캐릭터에게는 나이, 직업 등을 이유로 '코르셋'을 채우려 한다"며 "이번 캠페인이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보다 캐릭터 외견에 더 집착하는 모습은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는 '견지망월(見指望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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