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년전 석기시대 인류도 B형 간염에 고통

    기사입력 2018-05-10 11:01:48

    [한국연구재단 제공]
    약 7천년전 고대 인류의 유해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DNA가 추출됐다. B형 간염이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유해에서 추출된 DNA를 이용한 바이러스 복원도 이뤄져 현대의 B형 간염 대처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10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 바버라 뮐러만 연구팀과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과학 연구소 요하네스 크라우제 박사 연구팀은 총 15구의 고대 인류 유해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학계에 각각 보고했다. 지금까지 인간의 유해에서 추출된 바이러스 DNA는 450여년 전 것이 최고(最古)였다.

    B형 간염은 현재 약 2억5천700만 명이 감염돼 있으며, 간암으로 이어져 매년 88만7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뮐러만 연구팀은 약 200~7천100년 전 유럽과 아시아에서 살았던 304명의 인류 유해에서 확보한 1천140억 개의 DNA 조각을 정밀 분석해 이 중 12구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 DNA 조각을 찾아냈다. 이들은 820~4천500년 전에 살았던 인류로 청동기시대에도 B형 간염이 퍼져 있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밝혔다.

    크라우제 박사 연구팀은 지금의 독일에서 발굴된 고대 인류 53명의 치아에서 추출된 DNA를 분석해 3명에게서 B형 간염 감염 흔적을 찾아냈다고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중 1명은 7천여 년 전에 지금의 터키를 통해 유럽대륙에 퍼진 유럽의 첫 농부 세대로 추정됐다.

    크라우제 박사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연구팀이 지금은 멸종된 것을 포함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여러 구의 유해에서 발견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당시에도 B형 간염이 꽤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크라우제 박사는 석기시대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지금은 침팬지와 고릴라에게서만 발견되는 종과 가장 가깝다는 점을 밝혀냈으며, 이를 토대로 인류가 아프리카 시대 때 유인원에게서 이 바이러스를 옮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는 수십만년 전부터 인류를 감염시켜온 병원균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크라우제 박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 화석에서도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하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고대 인류 유해 분석을 통해 천연두와 같은 다른 바이러스도 검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뮐러만 연구팀에 참여한 독일 국립 B·D형 간염 바이러스 센터의 바이러스학자 디터 글레베 박사는 고대 인류 유해에서 추출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포함된 DNA 분자를 만들어 인간 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청동기시대 바이러스를 복원했다. 이를 지금의 B형 간염 바이러스와 비교해 차이점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어떤 진화과정을 거쳤는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과 타액 속에 있으며, 임신부와 태아 사이의 수직감염이나 성관계, 수혈 등 인간 간 접촉으로 전염된다. 이번 연구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로 전파되는 것이 아닌데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이유를 규명하고 대책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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