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경의 J사커]할릴재팬의 뚝심, 신태용도 명확해져야 한다

    기사입력 2017-10-12 22:08:44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듀얼'과 '체지방율 12% 미만'이라는 대명제 속에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축구계 내에서는 이런 할릴호지치 감독의 팀 운영이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AFPBBNews = News1
    10월 A매치 2연전을 마친 일본 축구계의 표정이 좋지 않다.

    뉴질랜드전에서 2대1로 승리할 때까진 좋았다. 하지만 주전 9명을 교체한 채 나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8위 아이티와의 맞대결에서 후반 종료직전 동점골로 3대3 무승부에 그치자 '할릴 재팬'을 향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2015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고집을 굽힐 줄 몰랐던 할릴호지치 감독 조차 "내 실수"라고 부진을 인정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고집까지 꺾은 것은 아니었다. '듀얼(Duel)'과 '12%'라는 할릴재팬의 대명제는 그대로 이어졌다. '듀얼'은 프랑스어로 결투를 의미한다. 일대일 승부를 주저하지 말라는 요구다. '12%'는 체지방율이 12%를 넘겨선 안된다는 것이다. '듀얼'을 이루기 위한 체력과 전술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단단한 신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축구가 자랑으로 삼았던 '패스'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자체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대표팀 소집 때마다 체지방율을 꼼꼼히 체크했고, 휴식기엔 개인 훈련 프로그램과 식단까지 일일이 배부했다. 실제 재소집 때 기준에 미치지 못한 선수에겐 공개망신을 주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10월 A매치에서도 "월드컵은 아름다운 대회지만 (선수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좌절과 굴욕만 쌓일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갈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주전 9명을 바꾸는 실험을 펼쳤다가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고 3대3으로 비기면서 다시금 비난의 중심에 섰다. ⓒAFPBBNews = News1
    일본 축구계는 부정적 시선으로 할릴재팬을 바라보고 있다. '팀'을 강조하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색깔은 이해하지만 일본이 자랑해 온 패스의 창의성을 무시하는게 못마땅한 눈치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가시마 앤틀러스를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은 "감독이 너무 세세한 것까지 지적하면 선수들은 위축된다. 선수들이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일본인에게 맞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팀 색깔을 바꾸는 것은 흔히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에 비유된다. 그동안 익숙했던 전술, 개인플레이를 버리고 새로운 옷을 덧입히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 지도자들은 팀 색깔을 계승해 나아가며 자신의 전략을 덧입히는 '안정'을 택하기도 한다. 한정된 소집기간에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온 선수들을 불러모아 팀을 꾸려야 하는 대표팀의 색깔을 바꾸는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뚝심있게 자신만의 축구를 밀어붙이고 있다.

    ◇우사미 다카시는 한때 일본 축구 차세대 공격수로 각광을 받았으나 할릴호지치 감독의 체지방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직접 이름이 거론되는 망신을 당한 바 있다. ⓒAFPBBNews = News1
    원동력은 '명확한 메시지'다. '듀얼'과 '12%' 모두 할릴호지치 감독이 그동안 프로, 대표팀을 돌면서 얻은 경험의 산물이다. '진짜승부'인 본선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 기본적인 힘을 갖춰놓고 세세한 전술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선수 선발이나 팀 운영의 기준이 명확해진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지난 4개월 동안 팀을 이끌어가는데 급급했다. 시간이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자마자 본선행 운명이 걸린 승부를 치렀다. 개성보다는 실리가 필요했다. 최종예선에서 희생한 K리거들을 배려하기 위해 전원 해외파로 꾸린 10월 A매치 2연전은 애초부터 100% 전력을 기대할 수 없었던 '반쪽짜리'였다.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구하기 위해 나선 지도자에게 제대로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부진을 탓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한국 축구는 본선행이라는 1차 관문을 넘었다. 8개월이라는 준비기간이 주어졌다.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은 기회다. 신 감독도 이제부터는 자신이 추구하는 팀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인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11월 A매치 2연전을 마치면 내년 3월 전까지 또다시 국내파와 '반쪽짜리' 팀을 꾸려야 한다. 3월에 전력을 총망라한 소집 전까지 기준점을 맞춰야 한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목표를 정해놓고 전진하는 모습은 '아시아 대표' 타이틀을 짊어진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러시아로 향할 신 감독도 분명 눈여겨봐야 하는 장면들이다.

    유럽 원정 2연전을 마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현지에서 전술, 체력 전담 코치 면접과 베이스캠프 후보지 답사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신 감독도 이제부터는 자신이 본선에서 활용할 전술을 만들어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나아가야 한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지난 4개월 동안 소방수 역할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은 8개월 동안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기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주입시켜야 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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