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이칼럼]타격훈련 대하는 한일 타자들의 마인드 차이

    기사입력 2017-02-27 21:22:03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이 22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완구장에서 요코하마와 연습경기를 했다. 그라운드 안에서 최형우, 김태균, 이용규가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보호 철망 밖에서 투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했다.

    한국 대표팀 훈련과 연습경기를 지켜본 일본 야구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본 야구의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현역 시절 천재타자로 이름을 날린 히로시마 카프 출신 마에다 도모노리 TV 아사히 해설위원(46)은 최형우의 타격훈련을 보고 한가지 의문을 던졌다. "힘있는 타자라고 알고 있는데, 타격 훈련 때 왜 가벼운 스윙을 많이 하는가"였다.

    일본의 경우 훈련이라도 해도 경기와 똑같이 100%의 힘으로 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에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 야구인들은 "훈련에서 못하는 것은 경기에서도 못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마에다의 말을 들은 최형우는 "훈련 때 100%의 힘으로 스윙하면 어깨가 무너지기 때문에 그런 스윙을 한다"고 설명했다. 마에다는 이에 대해 "한국 선수들은 훈련 때 자세를 의식하고, 경기 때는 자세보다 결과를 의식하는 것 같다"며 일본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훈련 때도 100% 힘을 써야 한다. 지난 19일 한국 대표팀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습경기를 지켜본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는 한국 타자들이 땅볼을 치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왜 1루로 열심히 뛰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나바 코치는 현역 시절 항상 전력질주를 했던 선수로 유명하다. 이나바 코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를 앞두고 다치지 않으려고 하는 한국 선수들의 자세도 분명 일리가 있다.

    '훈련도 실전처럼 임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일본에는 타격 훈련을 도와주는 전문 배팅볼 투수가 있다. 배팅볼 투수는 경기에서 투수가 던지는 것과 비슷한 구속, 구종의 공을 던져야 한다. 그게 베팅볼 투수의 임무다. 반면 한국의 경우 타격 훈련 때 보조 스태프나 코치가 배팅볼을 던진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배팅볼 투수는 일본 야구에 특화된 분야다.

    전문 배팅볼 투수가 있으면 타자들이 훈련 때부터 경기를 의식하며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전문화된, 어찌보면 풍족한 환경은 실제 경기에서 대응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WBC 같은 국제대회에서 일본 투수들과 투구폼이 많이 다른 투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 부분을 우려한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한마디 조언을 했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타격 훈련시 타자와 가까운 위치에서 코치가 작은 모션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가 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오키는 일본 대표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다.

    한국 대표팀의 오키나와 캠프를 통해 한일 야구의 차이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은 준비 자세나 정신을 'Baseball(야구)' 자체가 아닌 검도, 유도와 같은 '야구도(野球道)'에서 찾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야구인들이 야구장을 출입할 때 그라운드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도 그러한 '도'를 나타내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제4회 WBC에서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똑같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하겠지만,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한일간 차이에서 알 수 있듯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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