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이칼럼] 똑똑한 4번타자의 필요성

    기사입력 2014-04-15 06:35:11

    이대호의 소속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지난 주 세이부 라이온즈와 원정 3연전을 치렀다. 세이부는 14일 현재 4승10패로 퍼시픽리그 꼴찌다.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최단기간 10패를 기록했다. 세이부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4번 타자의 부재'가 주원인이다.

    세이부는 세 차례나 45개 이상 홈런을 터트린 4번 타자 나카무라 다케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 있다. 나카무라의 이탈은 중심타자, 나아가 1루수 부재라는 비상상태로 이어졌다. 세이부는 개막전부터 14경기에 5명의 선수가 자기 포지션과 다른 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세이부의 팀 타율은 2할4리.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 중 최하위다. 급조된 1루수들은 수비까지 불안하다.

    지난 10일 세이부전에 앞서 이대호에게 세이부 상황에 대해 묻자 "오늘 신문에서 봤는데 (알렉스) 라미레스가 세이부에 온다고요?"라고 했다. 라미레스는 2001년부터 야쿠르트 스왈로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DeNA에서 13년 간 통산 타율 3할1리에 380홈런, 1272타점을 기록한 강타자다. 라미레스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요코하마에서 방출됐다. 선수 연장 의지가 강해 현재 일본 독립리그 BC리그의 군마에서 코치 겸 선수로 뛰고 있다. 라미레스는 군마와 계약하면서 'NPB(일본야구기구) 구단에서 오퍼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항목을 넣었다. 프로구단 복귀에 장벽이 없다.

    이대호와 라미레스, 두 선수는 머리가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0일 세이부전에 앞서 이대호와 이날 선발 오카모토 요스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카모토는 프로 5년차로 통산 4승6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선발로 자주 등판한 투수는 아니다. 그런데 이대호는 지난 시즌 오카모토와의 7차례 대결(2안타) 때 볼 배합과 결과, 구종까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필자가 준비한 자료와 이대호의 기억이 일치했다.

    이대호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서 던지는 투수니까 실투가 아니라도 가운데로 오면 칠 수 있지요"라고 했다. 이날 이대호는 오카모토를 상대로 2타수 2안타룰 때렸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가 만든 찬스를 계기로 타선이 폭발해 13대3으로 크게 이겼다.

    라미레스도 투수와 포수의 구종이나 볼 배합을 잘 분석하는 타자로 통했다.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힘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머리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라미레스는 1974년 생으로 올 해 40세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전의 활약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세이부는 라미레스의 획득을 검토할 정도로 4번 타자의 부재가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이대호라는 똑똑한 4번 타자를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리그 공동 1위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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