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으로 떠나는 '봄꽃기행'

기사입력 | 2012-03-20 17:38:12

3월도 춘분(20일)을 지나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춘삼월=추운삼월'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꽃샘추위의 기세가 여전하다. 그래도 부드러운 훈풍이 스치고 지나간 잿빛 대지는 예외 없이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남녘의 지리산 자락에도 섬진강변에도 새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즈음 남도의 양지에는 봄꽃이 다투어 피어오른다. 그중 일조량이 전국 으뜸이라는 '햇빛고을' 전남 광양(光陽) 일원에는 대자연의 봄 잔치가 한창이다. 양지녘 매화나무마다 아이보리, 연초록, 핑크빛 꽃봉오리가 그윽한 향기를 발산하며 망울을 터뜨려 댄다. 노란 자태가 개나리 못지않은 산수유 또한 지리산 자락에서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 산수유 명소인 전남 구례에서는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3월말, 4월초순이면 노란 꽃사태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섬진강(구례-광양)=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3월 하순, 따스한 봄기운을 타고 남도의 양지에는 봄꽃이 다투어 피어오른다. 그중 백미는 단연 매화다. 이즈음 고혹한 향훈을 발산하는 매화가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와 광양매화마을주변에서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청매실농원.
▶매화

이른 봄 남녘에 찾아드는 화신은 맨 먼저 지리산자락 섬진강변으로 북상한다. 특히 춘분을 기점으로 부려대는 화신의 마법중 단연 돋보이는 게 '매화'다.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부터 부지런히 피어나 그 청초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특히 매화는 앙증맞은 꽃잎과 꽃술, 그리고 고혹한 향훈이 압권으로, 한 떨기 꽃송이만으로도 오감이 흡족한 봄기운을 전한다.

구례에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광양 하구 쪽으로 내닫다보면 매화나무가 지천인 자그만 시골 동네가 나타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 이른바 '매화마을'이다. 하얀 백사장이 그림처럼 펼쳐져 섬진강 550리 물길 중 가장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곳이다. 올 봄 이 마을의 매화는 3월초부터 간간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20일 현재 강변과 산 아래쪽에는 제법 하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번 주말(24일)부터는 산 중턱에서도 꽃잔치를 벌일 태세다. 매화마을에서 시작된 매화의 꽃 사태는 절정기면 다압면을 넘어 인근 진상면과 진월면, 옥곡면에 까지 이르게 된다.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이기도 하다.
올봄 섬진강변의 매화는 예년에 비해 개화시기가 좀 늦었다. 겨울 한파와 꽃샘추위 때문이다. 따라서 개화기를 예상해 시작한 '2012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17~25일)'에서는 예년처럼 흡족한 꽃구경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때가 늦은 만큼 4월 상순 까지는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매화마을'의 내력은 192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무렵 마을에 한 선각자가 있어 주변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 제일의 매화꽃 명소가 됐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 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이다. 청매실 농원은 매화나무, 대숲, 장독대, 흙 길 등 어느 것 하나 튀는 법 없이 자연스럽다. 워낙 4계절 풍치가 빼어나다 보니 '다모', '서편제', '천년학', '취화선'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배경이 되고 있다.

◇이즈음 청매실 농원은 운치 있는 꽃동산으로 변신한다.
이즈음 청매실농원은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부터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앞 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가면 수백 개의 큰 독이 늘어선 장독대와 마주하게 되는데, 봄 햇살 아래 익어가는 장독이 화사한 꽃과는 또 다른 흡족한 느낌을 전해준다.

매화가 만개할 무렵 오솔길에서 만나는 원두막은 청매실 농원을 굽어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다. 뿐만 아니라 고운 백사장을 따라 굽이치는 섬진강 푸른 물줄기도 한 눈에 들어오는데, 멋진 그림엽서에 다름없다.

홍쌍리 명인
농원은 평생 매화를 친자식처럼 돌보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 여사의 체취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이다. 매화를 '내 딸'이라고 부르는 홍 여사의 매화사랑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홍 명인은 "허리가 굽고, 손마디가 휠 정도로 청춘을 바쳐 가꾼 농장이 이제는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화사한 봄소식과 함께 마음의 쉼터를 제공할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다"며 매화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한편 백운산 중턱에 마련된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이곳에서는 청매실 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산수유

◇노란 자태가 개나리 못지않은 산수유. 지리산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춘분을 전후해 영동지방에는 또다시 폭설이 내리고, 중부지방의 수은주도 빙점 이하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하지만 따스한 봄기운을 타고 전해 오는 계절의 변이는 막을 수가 없다. 지리산자락에도 벌써 노란 산수유가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잎보다 먼저 꽃을 선보이는 산수유는 봄날에는 화사한 기운을, 가을에는 곱디고운 빨간 열매로 계절의 서정을 흠뻑 전해주는 매혹적인 봄꽃이다. 산수유 꽃은 한두 그루피기보다는 수백, 수천 그루씩 군락을 이뤄 온 마을을 노랗게 채색해 더 볼만하다. 3월 20일 현재 국내 대표적 산수유 명소로 통하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에는 노란 꽃봉오리가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달 말, 4월초부터는 노란 꽃사태를 연출할 전망이다.

전북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면 구례 땅이다. 3월말 4월초, 구례 산동 지역은 발길 닿는 곳마다 노란 산수유꽃 물결이 펼쳐진다. 산수유 군락지의 길목격인 반곡-상관마을의 꽃 사태가 상위-현천-개천마을로 번져 나간다.

산수유나무는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 되는 해발 300~400m 정도의 분지나 산비탈에서 잘 자란다. 지리산 자락 산동면 일원은 산수유나무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산동면에서도 위안리는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로 꼽힌다. 그중 만복대 기슭에 자리한 상위마을이 대표격이다. 상위마을 산수유 재배단지에서 생산된 열매는 국내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수확이 좋다. 상위마을엔 수령 300년 이상 된 산수유들이 마을과 계곡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장관을 이룬다. 비좁은 농로길을 따라 가야 만날 수 있는 현천마을은 돌담이 있어 더 정겹다. 봄볕 아래 일제히 꽃망울을 틔우기라도 하면 마치 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듯 화사하다. 이른 아침엔 몽환적 분위기도 연출된다. 안개가 낮게 깔린 아침, 지붕과 돌담길 사이를 물들인 노란 꽃잎은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미식거리

▶재첩회

◇섬진강에서 갓 채취한 싱싱한 재첩.
섬진강 유역의 또 다른 명물은 재첩이다. 재첩은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 등 섬진강 하구의 것을 제일로 친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으로 모래가 많은데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질 좋은 재첩이 많이 난다. 재첩은 메티오닌과 타우린, 단백질, 아연,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보통 국으로 먹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섬진강의 봄맛을 제대로 보려거든 재첩회가 더 낫다. 재첩회는 재첩을 삶아 골라낸 속살을 배, 호박, 당근, 오이, 피망 등 아삭한 야채와 초장을 넣고 버무려 먹는데, 아삭한 야채와 상큼한 초고추장, 그리고 쫄깃한 듯 부드러운 재첩 살이 어우러져 새로운 별미거리가 된다.
◇섬진강의 봄 별미 '재첩회 비빔밥'.
광양에서는 진월면 진선회집이 재첩 회를 곧잘 하는 집으로 통한다. 잘 익은 막걸리 식초를 써서 재첩 회에 시원 달달한 뒷맛이 남는다. 재첩 회에 갓지은 흰쌀밥과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비벼 먹는 비빔밥도 맛나다. 재첩 회 2만 5000원(3~4인 기준). (061)772-2117



◆여행메모

▶가는 길=◇매화마을: 전주광양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옥곡 IC/ 하동 IC~광양 다압면∼매화마을(섬진마을)

◇산수유마을: 전주광양고속도로~화엄사 IC~구례 산동~상위마을

▶묵을 곳: 구례 화엄사 인근 솔숲에 자리한 지리산 한화리조트는 지리산-섬진강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을만 하다. (061)782-2171

▶축제=◇매화축제: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시기를 즈음해 광양시에서는 해마다 축제를 펼친다. '2012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는 '봄날의 설레임, 매화꽃 어울림, 하나 되는 우리!'를 부제로 17~25일 광양시 섬진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광양시청(061-797-2731). 청매실농원(061-772-4066)

◇산수유꽃축제: 전남 구례군에서는 산수유 개화시기에 맞춰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구례군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제13회 구례 산수유꽃축제(23~25일)'를 펼친다. 구례군청(061-780-2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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