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영화배우 제안했던 송강호, 이젠 '사커 대디'

    기사입력 2012-02-05 13:18:11

    3일 전남 목포축구센터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한 영화배우 송강호 아들 송준평 군. 목포=김진회 기자

    '흥행 보증수표' 영화배우 송강호(45)에게는 늠름한 아들이 있다. 어느덧 훌쩍 커 고등학생이 됐다. 지난달 30일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는 자신과 함께 아들의 이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바로 K-리그 수원 삼성의 유스팀 매탄고 1학년 공격수인 송준평(16)이다. 그동안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온 그는 최근 16세 이하 대표선수가 됐다. 지난 1~14일까지 전남 목포축구센터에서 열리는 대표팀 1차 전지훈련 참가 명단(33명)에 포함됐다.

    그런데 지난 3일 때 아닌 '송준평 찾기 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목포축구센터를 찾은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한 이후 30여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전경준 16세 이하 대표팀 코치와 함께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송준평은 핸드폰도 받지 않았다. 낙담을 하고 있을 때, 송준평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제가 송준평입니다." 오전 피지컬 훈련을 끝내고 자신의 방이 아닌 동료의 방에서 자고 있었단다. 어렵게(?) 만난 송준평과의 인터뷰는 유쾌했다.

    아들에게 배우의 길 제안했던 송강호, 이젠 '사커 대디'

    송준평이 바라보는 아버지 송강호는 자상하다. 자신 뿐만 아니라 아내와 딸(송주연·11)도 끔찍하게 챙긴다. 가끔은 개그맨으로 변신해 가족들을 웃겨주기도 하는 '패밀리 맨'이다. '의형제', '괴물' 등 자신이 찍은 영화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별반 다르지 않단다. 송준평은 자라면서 아버지에게 혼난 적이 없다. 때로는 친구, 때로는 인생 선배로 다가오는 아버지에게 한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성남 한솔초 5학년 때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송강호는 6학년까지만 시키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6학년이 되어서도 계속 축구를 하겠다는 아들에게 송강호는 유쾌한 제안을 했다. "준평아, 축구 그만두고 아빠처럼 영화배우 할 생각없니?" 송준평은 "농담이셨겠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피가 흐르는 내 안에 혹시 숨겨진 끼가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으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영화배우를 할 정도로 끼가 없다. 쑥스러움을 많이 탄다. 무엇보다 축구가 더 좋았다. 골을 넣을 때 그 짜릿함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었다"고 했다. 송강호도 아들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젠 낡은 축구화를 교체해주며 아들이 좋아하는 축구에 매진할 수 있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사커 대디'가 됐다. 그러면서 송준평이 평생 잊지 못할 한 마디를 건넸다. "내가 다른 배우처럼 잘 생기지도 않았고,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잖아.(송강호는 경남 김해 출신) 그래서 자신감 하나로 버텼어. 그러니 너도 기왕할거면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축구를 해라." 송준평이 아버지 송강호를 롤모델로 삼는 이유다.

    영화 보는 아들, 축구 보는 아버지

    송준평은 그동안 아버지가 찍은 영화를 모두 챙겨봤다. 물론 '박쥐' '올드보이' 등과 같은 관람 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이 높은 영화는 제외하고 말이다. 경기가 없을 때는 항상 시사회장을 찾아 아버지에게 힘을 불어 넣는다. 자신이 본 아버지의 영화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놈놈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봤던 영화 중 가장 재밌었단다. 반대로 송강호는 틈만나면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영화 촬영으로 피곤하지만 아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없던 힘도 생긴다. 아들을 더 챙겨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술도 끊었다. 합숙 이후 주말마다 집에 오는 아들과의 대화의 화두는 역시 '축구'다. 아들의 몸 상태부터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깊이있는 대화를 나눈다. 축구를 좋아하는 송강호가 최근 아들과 본 경기는 지난달 28일 맨유-리버풀의 FA컵 4라운드다. 맨유 박지성이 전반 39분 1-1 동점골을 넣자 송강호는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했단다. 그러나 1대2로 패하자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아버지보단 잘 생겼다고 주장한 아들

    첫 인상은 부자가 그리 많이 닮지는 않은 듯 보였다. '송강호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붕어빵 부자'였다. 쌍꺼풀 없는 눈, 길이가 긴 눈썹, 오똑한 코 등이 아버지를 쏙 빼닮은 송준평이다. 그러나 앳된 얼굴의 송준평은 수줍은 평가를 내렸다. "어머니를 더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래도 내가 아버지보다는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웃음)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닮은 구석이 많다. 친아버지가 확실한 것 같다." 털털함과 거짓없는 송준평의 말투는 아버지 송강호와의 인터뷰로 착각하게 할 만했다.

    목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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