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박재홍, 하득인을 떠올리다

    기사입력 2011-05-09 08:34:57

    내년이면 불혹이 되는 박재홍. 오늘도 '생존'이란 목표를 향해 배트를 휘두른다. 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박재홍의 롱런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73년생 박재홍은 올해 한국나이로 서른아홉이다.

    2년 후배 김재현은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터. 여전히 팀 내에는 최고참 최동수를 비롯, 박경완 박진만 이호준 등 노장들이 수두룩하지만 박재홍은 이미 야구선수 기준으로 환갑을 넘긴 나이다.

    '리틀 쿠바'란 닉네임을 달고 국내야구와 국제대회를 평정하며 최고의 해결사로 레전드급 활약을 펼친 슈퍼스타. 그가 '노장으로 살아가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 이제는 당연했던 '환호' 대신 '생존'을 위해 배트를 잡는 백전노장. 8일 문학구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박재홍은 담담하게 '현재'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른 아홉에 하득인을 떠올리다

    전날인 7일 KIA전에 박재홍은 홈런을 날렸다. 22경기만에 터뜨린 시즌 첫 홈런이었다. '최근 부진을 털어내는 계기가 되는거냐'고 물었다.

    그는 "홈런이 계기가 될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리듬을 타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한다.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출전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 박재홍이 헤쳐나가야 할 피할 수 없는 '환경'이다. 늘 주전이고, 늘 타선의 중심이었던, 그렇게 야구를 해온 그의 야구사에는 생소하기만 한 현재다.

    "현대 시절에 하득인 선배가 있었어요. 대타로 자주 나가셨는데 자주 출전을 못하셔도 참 잘 때리셨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른 아홉에야 비로서 깨달은 비 주전 선수들의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 그때는 '남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꾸준한 제 타격감을 만들어가는건 어디까지나 제 몫이죠. 리듬을 타야하는데…. 노래방이라도 가야할까봐요. ㅋㅋ"

    벤 존슨 독주의 현대와 이어달리기의 SK

    박재홍은 행복한 선수다. 평생 경험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우승의 짜릿함을 무려 5차례(1998, 2000, 2007, 2008, 2010년)나 경험했다. 현역 선수 중 팀 동료 박진만(6회)에 이어 두번째다. 21세기 최강 팀을 다투는 현대와 SK에 몸담으며 주역으로 이끈 영광.

    최강 두팀을 경험한 선수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우승 당시 현대와 현재의 SK는 어떻게 다를까?'

    "글쎄요, 현대가 벤 존슨(캐나다 육상선수로 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도핑테스트에 걸려 100m 우승을 차지하고도 칼 루이스에게 금메달을 내줘 화제가 됐던 인물)이 홀로 뛰는거라면, SK는 여러명이 릴레이로 이어서 뛴다고 해야 할까요?"

    현대가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의 조화 속에 최강 위치를 지켰다면, SK는 벤치의 스타의존보다 개개인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토탈 야구'를 펼친다는 의미다.

    '토탈 야구'의 일원으로 후배들과 경쟁하고 있는 박재홍. 어느덧 훌쩍 흘러버린 세월과 주어진 환경. 그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섯번째 우승을 위해 박재홍은 오늘도 뛰고 또 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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