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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달아오른 한-일전, FIFA는 노심초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8-30 02:28 | 최종수정 2012-08-30 08:49


◇FIFA가 달아오른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한-일전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2년 여자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본선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공격수 이금민(가운데)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최근 한-일 양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에 일본 정치권과 극우 단체들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런 가운데 도쿄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다. 변수가 있었다. 2012년 여자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 개최국 일본이 당초 팬들의 경기장 내 욱일승천기 반입을 금지했다가 항의 때문에 1주일 만에 철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는 독일 나치의 철십자 문양과 비견될 정도로 정치적 색이 짙은 도구다. 한국 입장에선 달가울 리 만무한 결정이다.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도쿄를 방문한 붉은악마의 한 관계자는 "욱일승천기에 대응하기 위한 응원을 준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일전이 펼쳐질 30일 도쿄국립경기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경기 전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지만, 당일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데보라 도우 FIFA 안전담당관은 29일 도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양팀 경기 사전 미팅에서 "FIFA는 한-일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양국의 민감한 상황과 관련하여, 팬들이 정치적인 응원문구나 배너, 플래카드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팀 선수들이 응원단을 자극할 수 있는 세리머니나 발언 등을 자제해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FIFA의 생리가 그대로 반영된 지적이었다.

정성천 한국 감독과 요시다 히로시 일본 감독 모두 신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라이벌 의식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먼저 기자회견에 나선 요시다 감독이 다득점을 예상하는 질문에 "5대3 정도가 되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이 3실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감독은 "일본이 좋은 팀이지만, 한국은 예전과 달라졌다. 내일이 여자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 역대 일본전 첫 승을 올리는 날이 될 것이다. 내일이 기다려진다"고 맞받아쳤다. '숙명의 라이벌' 한-일 간의 외나무다리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도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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