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게 싫어요" KCC 아노시케의 '웃픈'속사정

2020-03-27 05:20:00

KCC 아노시케.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저는 집에 가기 싫어요."



프로농구 전주 KCC 관계자들은 요즘 나홀로 '그'를 바라보면 마음 한켠이 '짠'하다. '그'는 바로 외국인 선수 O.D 아노시케다.

프로농구 각 구단의 클럽하우스 체육관은 이미 비어있다. 지난 24일 한국농구연맹(KBL)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19∼2020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조기 종료 직후 진행중이던 훈련도 중단한 선수들은 각자 짐을 싸고 비시즌 휴식에 들어갔다. 선수단이 해산하면서 구단 직원들도 한숨을 돌렸다.

시즌이 비정상 종료된 것은 말할 수 없이 허탈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살얼음판을 걸었던 고행을 생각하면 시원섭섭하다. 각 구단 프런트는 그동안 선수들 위생을 챙기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단체 종목이라 누구 한 명 탈이 났다가는 리그 전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조기 종료로 마음고생 하나 덜었나 싶었는데 여전히 눈에 밟히는 이가 아노시케다. 외국인 선수는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구단과의 계약도 끝났다. 아노시케도 귀가 통보를 받았지만 난색을 표했다. "저는 미국 집으로 가는 게 불안한데, 여기 더 있다가 가면 안될까요?"

함께 국내에서 머물던 찰스 로드는 27일 출발하는 미국행 항공편을 끊어놨는데 아노시케는 오히려 한국에 남고 싶다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지난달 한국의 코로나가 무섭다고 앨런 더햄, 바이런 멀린스 등이 잇달아 '탈한국'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기현상(?)'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상황이 역전됐다. 하필 아노시케의 자택이 미국 뉴욕에 있다. 뉴욕은 현재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 CNN 방송의 발표에 따르면 26일 오전 현재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만여명으로, 미국 전역 확진자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는 추세다. 아노시케 입장에서는 고향이 더 불안할 수밖에.

아노시케의 고충을 모를 리 없는 KCC 구단은 결국 클럽하우스 방 하나를 내주고 '나홀로 체류'를 허락했다. KCC 관계자는 "아노시케가 여기 있는 게 편하다고 한다. 일단 1주일 정도 더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했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비운'이 겹친 아노시케다. 그는 라건아의 부상 대체로 지난 달 중순 영입됐다. 지난달 29일 부산 KT와 데뷔전를 치른 직후 전주 라마다호텔 '확진자 투숙 사건'으로 인해 시즌이 중단됐다. 달랑 1경기 치르고 집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 주 '코로나 검사 소동'을 생각하면 더 '짠'하다는 게 구단의 전언이다. 아노시케는 지난 19일 갑자기 인후통을 호소했다. 리그 중단 휴식기 동안 미국 집에 갔다 오라고 1주일 휴가를 준 적이 있는데 입국한 지 열흘째 되는 시점이었다. 바짝 긴장한 KCC 구단은 비상 매뉴얼을 가동하고 20일 아노시케를 병원으로 데려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결과 발표는 21일.

밤잠을 설치며 결과를 기다리는 게 구단 프런트에겐 더 큰 고통이었다. 휴일을 반납하고 출근한 단장과 사무국장은 이날 오후 '음성' 통보를 받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진호 사무국장은 "아노시케가 '음성' 얘기를 듣자마자 만세를 불렀는데 입은 활짝 웃고 있는데,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라. 보는 우리도 '짠'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에 머문 짧은 기간 동안 별에 별 일을 다 겪으며 한국의 의료 선진 능력을 체험한 아노시케가 '귀가'를 꺼리는 건 이해하고도 남는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KCC는 이대성이 사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다행히 이대성은 밀접 접촉자가 아니었고 며칠 자가격리를 거친 뒤 훈련에 복귀했지만 곧바로 시즌 종료가 됐다.

KCC는 '라마다호텔 해프닝'을 시작으로 코로나19 우여곡절이 유독 많았지만 적절한 대처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 그래도 아노시케의 무사 귀가까지 확인하는 게 남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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