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갑니다""집밥 먹고파" 올림픽 연기,진천선수촌 짠한 퇴촌 풍경[현장리포트]

2020-03-26 18:16:37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이 퇴촌 후 4월6일부터 4주간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일병' 정영식과 인사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진천(충북)=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달라진 것 없어. 올림픽만 1년 늦춰진 거야."



26일 오전 11시,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입구 웰컴센터.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이 퇴촌하는 선수들을 향해 조언과 인사를 건넸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24일 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올림픽 1년 연기를 전격발표했다. 25일 대한체육회와 진천선수촌은 지도자간담회를 열고, 5주째 외출, 외박없이 선수촌에 갇혀 올림픽 준비에 전념해 온 490명 선수단에게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26~27일에 걸쳐 전종목 선수들이 나뉘어 차례로 퇴촌하게끔 했다. 26일 오전 남녀 탁구와 남자양궁이 가장 먼저 퇴촌 절차를 밟았다.

선수들의 안전 귀가를 위해 대한항공, 삼성생명, 미래에셋대우, 포스코에너지 등 각 실업팀 대형 버스가 주차장에 대기했다. 김택수 감독은 해산하는 선수들에게 "무작정 쉬러 가는 것이 아니다. 더 잘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상 있는 선수들은 재활 잘하고, 투어 대회, 국내 대회 등 경기가 없으니까 연말 부산세계선수권을 목표로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올림픽은 미뤄져도 선수생활은 이어지는 것이다. 힐링하고, 재충전하고 잘 회복해서 더 잘할 수 있게 준비하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달라진 건 없어. 올림픽만 1년 늦춰진 거야. 외국에선 홈트레이닝, 홈탁구 하던데 우리는 선수촌 등 훈련시설이 훨씬 안전하고 잘돼 있다. 전화위복이 될 기회다.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는 인사에 선수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은우아버지' 남자탁구 주장 이상수는 지난해 10월 득남 이후 아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 5주 선수촌 격리기간 동안 훌쩍 컸을 아들과 재회할 생각에 표정이 환해졌다. "아들아, 아빠 간다. 곧 보자!"며 활짝 웃었다. '탁구대세' 장우진은 "1년 연기를 듣는 순간 놀랐지만 그래도 취소보다는 훨씬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쉬운 면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시간"이라며 긍정적인 마음을 전했다.

'탁구신동' 막내 신유빈 역시 아빠, 엄마를 만날 생각에 들떴다.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먹고 싶어요." 하이톤의 목소리는 밝았다. 5주간 선수촌 안에만 갇혀 있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말에 "재미있었어요. 선수촌이 제일 안전하고, 탁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저는 엄청 도움이 됐어요"라고 답했다. 여자대표팀 코치로 내정된 '레전드'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는 "아들딸을 5주간 보지 못했다. 올림픽 연기됐다는 소식에 아이들이 이젠 집에 오느냐고 묻더라"며 웃었다. "퇴촌시 선수안전 지침을 주지시켰다. 여자탁구는 1년 기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충전 잘하고 건강하게 다시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탁구얼짱' 서효원은 퇴촌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가는 건 좋은데, 진천선수촌이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세상밖으로 나가는 것이 걱정도 된다. 매일 발열체크를 하고 감독님께 보고해야 한다. 국가대표의 책임감으로 정말 조심해서 다녀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소속팀 한국마사회 숙소 이모가 해주시는 집밥"이란다. 서효원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역도, 유도 등 타종목 선수들과 서로 종목을 바꾸어 배워보기도 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훈련을 잘 견뎠다"고 5주 격리 훈련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여자탁구대표팀 주장으로서 "앞으로 1년은 여자탁구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1987년생, 어느새 30대를 훌쩍 넘긴 서효원은 "무릎이 아파서 고생했는데 경기가 없는 기간에 재활에 집중하면서 몸상태도 좋아졌다. 한살 더 먹긴 하지만 몸상태도 좋아지고 더 잘된 일이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멋지게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모두가 집으로 향하는 시각, 국군체육부대 '일병' 탁구선수 정영식은 4월 6일 훈련소에 입소하게 됐다. 지난해 여름 입대했지만 올림픽 예선전을 준비하느라 4주 훈련을 받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끝나고 가려 했는데 쉬는 시간에 빨리 마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같은 시각 남자양궁 선수들도 귀가를 서둘렀다. '양궁 에이스' 김우진은 "올림픽을 위해 많이 준비했지만 팬데믹이 심해지고,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1년 연기는 옳은 결정"이라고 했다. 갑자기 나온 바깥세상, 안전한 진천선수촌 밖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선수들은 대부분 막막해했다. 김우진은 "하루 이틀 정도만 쉬려 한다. 선수촌이 답답하다지만 사실은 가장 안전한 곳이다. 소속팀에서 운동하면서 지낼 것 같다. 외부로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 훈련장을 왔다갔다할 것 같다"며 웃었다.

낮 12시가 넘어서자 삼성생명 레슬링단 버스가 진천선수촌 안으로 들어갔다. 각 구단 버스들이 속속 도착했고, 선수를 개인적으로 태워가려는 가족들의 차가 웰컴센터 주차장 앞에 늘어섰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에게 최소 3주의 휴가를 부여했다. 입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고 2주 자가격리를 한 후에야 진천선수촌 내부에 들어올 수 있다.

김택수 감독은 "선수,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이런 휴가는 난생 처음이다. 지도자들도 힐링이 필요한 시간이다. 호주에서 온 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취재진에게 손을 흔든 후 진천선수촌을 총총 떠났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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