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클래스를 뛰어넘는 VVIP클래스 항공권이 있다, '경주마 수송의 모든 것'

2020-03-26 14:34:38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지난 8일 두바이에서 출발한 화물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거칠게 내동댕이 처지는 위탁수화물과는 달리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내려진 약 2평 크기의 컨테이너 스톨(stall, 마방)문이 열리고 나타난 건 놀랍게도 500㎏에 육박하는 경주마 3마리였다.

지난 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 연이어 코리아가 울려 퍼졌다. 두바이월드컵 예선대회인 컬린 스테이크스 (Curlin Stakes)경주에 한국 경주마 3마리가 해외 원정 출전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경주마 '돌콩'이 두바이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하는 쾌거를 이룬 후 또다시 올해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부산 경마장을 대표하는 경주마인 '투데이', '그레이트킹', '백문백답'은 이날 각 2위, 6위, 1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해는 아쉽게도 결승전 티켓을 쥐지 못했지만 이들에겐 한 장의 남은 티켓이 있다. 바로 경주마 항공 티켓이다.

한국에서만 지난 한해 약 500마리의 말들이 비행기를 통해 해외로 오고갔다. 예민하기로 유명한 경주마의 쾌적한 항공 편의를 위해 기상천외 특급 작전이 이뤄진다. 억 소리 나는 가격의 경주마들의 억 소리 나는 특급 항공서비스를 소개한다.

▶퍼스트클래스보다 비싼 馬클래스 항공권

두바이 월드컵의 상금은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으로 총상금 2000만 달러의 사우디컵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를 차지하기 위해 매년 전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스타 경주마들이 억대의 항공 수송비를 들여 두바이로 몰려든다. 중동의 부호답게 두바이는 매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모든 경주마의 국제 수송비를 지원한다. 한국 경주마들 또한 1억 원이 넘는 항공료를 지원받아 가벼운 발걸음으로 원정길을 나설 수 있었다.

경주마들의 출국은 공항가는 길부터 이색적이다. 리무진버스 부럽지 않은 약 3억 원의 고가 무진동 마필전용 트럭이 시속 80㎞ 이하의 속도로 공항까지 마(馬)님을 모신다. 공항에 도착 후 3마리의 말은 2평 크기의 말 전용 항공스톨로 자리를 옮겨 항공기에 탑승한다. 스톨 바닥은 편안한 쿠션감을 위해 톱밥이 두텁게 깔려있으며 기내식인 최고급 건초가 항시 비치돼 있다.

▶馬전문 스튜어디스가 있다? '마필관리 크루'의 퍼스트 클래스 급 기내 서비스

경주마가 탑승한 스톨 옆에는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을 책임지는 마필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크루'가 동행한다. 그들은 하루에 네 끼를 챙겨먹는 경주마들의 기내식과 식수 및 간식을 제공한다. 난기류에 놀라 말이 난동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부상의 위협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크루들은 항상 상태를 예의주시한다.

번식기의 수말이 암말의 체취로 인해 흥분하는 일이 없도록 암수의 좌석을 떨어트려놓거나 수말의 코 주위에 박하향이 강한 로션을 바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비행 중 응급사태가 벌어질 것이 염려될 경우 수의사가 직접 화물기에 동행하여 항공왕진을 벌이기도 한다.

▶까다롭고 철저한 입국절차

경주마도 비행을 위해서 여권이 필요하다. 경주마 여권에는 말의 혈통, 마주, 신체적 특징, 예방접종 및 질병검사 내역, 입출국 기록 등 사람의 여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당 말의 생산국에서만 발행해주기 때문에 혹시라도 분실하게 된다면 해당 국가를 다시 방문해야 하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된다.

입국절차도 사람보다 까다롭다. 공항에 도착한 경주마들은 검역관이 직접 수송 차량으로 인도 후 자물쇠를 밀봉한다. 말은 곧바로 공항 외부에 위치한 검역마사로 이동하며 검역관이 밀봉을 해제한 후 하차하여 마방으로 인도된다. 또한 수의사가 직접 마체를 검사하며 비행 중 이상이 생겼는지의 여부 또한 확인한다. 철저한 방역을 위해 해당 국가에서 지정한 계류기간동안 자가 격리를 거친 후에야 활동이 가능하다.

▶경주마의 이유있는 특급대우, 글로벌 블루칩 경마시장

이처럼 특급대우를 받는 이유는 뛰어난 경주마 한 마리가 창출하는 천문학적인 부가가치 때문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일본의 경주마 '딥 임팩트'의 경우 경주마로 활동하며 상금으로만 160억원이 넘게 벌어들였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은퇴 후 씨수말로서 활동하며 연간 교배로만 50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는 마주의 개인적인 부의 창출에 머무르지 않았다. '딥 임팩트'의 혈통을 이어받은 일본의 경주마들은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일본의 말산업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리는데 기여했다.

한국마사회가 적극적으로 미국과 두바이 등 유명 국제경주에 출전을 도전하는 이유 또한 국제 대회 입상을 통해 제2의 '딥 임팩트'를 발굴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국내에 비행기로 오고간 말은 약 500여마리. 안타깝게도 이 중 대부분은 수출보단 수입을 위해 들어온 경우다. 높은 수입의존의 타개하고 수출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2020년 중점 추진사업으로 기존 경주 일변도의 수출에서 경주마까지 수출 영역을 넓히는 해외시장 개척 계획을 밝혔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한국경마의 해외진출을 통해 국산마의 높은 상품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자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경주마 생산 농가에게 유리한 판매가 및 다양한 판로개척을 통해 말산업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말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밝혔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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