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다""다시 시작" 올림픽 1년 연기' 진천선수촌 현장선수X지도자 목소리[인터뷰]

2020-03-25 12:57:37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4일 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전격발표했다.



2020년 여름 도쿄의 꿈 하나로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분위기는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의 위기 속에 5주째 외출, 외박이 전면금지된 채 올림픽 준비에만 몰두해온 선수들이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연기되는 세상에 없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아쉽다" "기운 빠진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종목별, 선수별로 1년 연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에서 온도차가 느껴졌다.

25일 오전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과의 통화에선 탁구공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연기가 발표된 이튿날도 남녀탁구대표팀은 평소처럼 훈련을 이어갔다. 올림픽 연기 가능성이 본격제기된 지난 23일 이후 선수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 일부 종목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탁구는 쉬지 않았다"고 했다. 올림픽 연기발표 직후 탁구대표팀 분위기는 어떨까. 김 감독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연기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와서 어느 정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그나마 1년 연기라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우리 남자탁구의 경우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으로 4년 내내 준비를 잘해왔기 때문에 변수가 발생해 아쉬운 면도 있다. 부산세계선수권, 올림픽, 대륙 예선전이 잇달아 연기되면서 목표 의식이 떨어져 정신적으로 처지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탁구인들에겐 올림픽만큼 연내 열릴 부산탁구세계선수권도 중요하다. 부산을 목표로 선수들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5주째 선수촌에 갇혀지내온 김 감독은 "선수촌 방침이 곧 나오겠지만 선수들의 휴가도 잘 의논해 결정할 것이다. 탁구는 각 실업팀에 운동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평창, 제주 등 촌외 훈련도 고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갑갑한 선수촌, 종목 지도자들이 합심해 나름의 '솔루션'도 찾았다. "최근엔 역도, 유도 등 이웃 종목들과 교류하며 장기 격리 훈련의 지루함을 덜었다"고 귀띔했다. "역도 선수들은 탁구를 배우고, 탁구 선수들은 역도장에 가서 스쿼트, 데드리프트를 배웠다. 유도장에 가서 유도 기술도 배웠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체력훈련에도 도움이 됐다. 타종목 선수, 지도자들과 동병상련하며 가족처럼 친해졌다"며 웃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투혼의 플레이로 감동을 선사한 탁구 에이스 정영식은 "모두 올림픽 D-데이를 하루하루 세면서 훈련을 해왔다. 이렇게 되니 기운이 빠지는 측면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마음을 그렇지만 생각은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들이 힘든 시기 아니냐.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다. 힘든 부분은 우리가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하루 속히 코로나가 극복돼서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선수들도 경기에 나서고, 직장인들도 안정되고, 젊은 사람들도 맘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탁구대표팀과 상비군은 2년 단위로 운영된다. 7월 올림픽 이후 새 대표팀이 꾸려질 예정이었다. 내년 올림픽 선발전이 새로 치러질 경우, 대표팀 멤버가 바뀔 수도 있다. 정영식은 이에 대해 "어차피 올림픽은 가장 실력 있는 선수가 가야 한다. 합당한 실력을 갖추도록 계속 잘 준비하겠다"는 정답을 내놨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정영식은 어찌 보면 연기의 직격탄을 맞은 선수 중 하나다. 4주 군사훈련을 위해 곧 훈련소에 입소한다. 내년 3월 제대 예정으로 국가대표 경기 일정으로 미뤄둔 군사훈련을 도쿄올림픽 후 마칠 예정이었다. 도쿄올림픽 연기로 훈련소 입소가 앞당겨졌다. 진천선수촌 격리생활보다 훨씬 더 혹독한 훈련소 격리생활이 이어진다. "올림픽과 올림픽 금메달이 간절했던 것이지 병역특례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받아야할 훈련이다. 가족, 지인들이 많이 그립고 답답하긴 하지만 잘 버텨내겠다"는 국가대표로서의 당찬 각오를 전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또다른 베테랑 선수는 "코로나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나이를 먹다보면 한해 한해가 다르다. 4년간 도쿄 목표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1년을 더해야 한다니 맥이 풀리는 면도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내년 출전권, 규정이 바뀌는 부분이 어떻게 적용될지도 불안하다. 이 부분에 대해 국제연맹이 최대한 빨리 결정해서 선수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올림픽 연기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의 1년 후까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진천선수촌에서 오랜 기간 외출, 외박 없이 훈련해온 우리 선수들에게 휴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나갔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감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휴가 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2주간 자가격리한 후 복귀하는 방법이 맞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위한 향후 훈련 지침을 조속히 정해 알리도록 하겠다. 훈련 중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선수, 지도자들의 생계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문제가 없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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