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문닫으니 '코로나 파티'…'외양간 고치기'도 버거운 독일

2020-03-22 20:55:4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 독일이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철저한 준비 문화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마저도 버거운 형국이다. 확진자 수는 지난 21일 2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2∼3일 내로 3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추적 관찰 등 초기 방역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라던 의료 체계마저도 밀려드는 환자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클럽과 술집의 영업이 금지됐지만, 일부 젊은 층은 공원이나 집에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코로나 파티'를 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집에 머물러 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결국 바이에른주(州)는 외출제한령을 내렸다. 22일에는 전국 각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독일의 탄탄한 시민사회를 뒷받침해온 토론 문화는 이번 국면에서도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전염병의 빠른 전파 속도는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시간보다 빨랐다.
독일의 주요 정론지인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 19일 오피니언에서 "지난 몇주 동안 교훈은 무엇인가"라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어떤 과감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독일이 다른 나라가 이미 취한 조치를 따라 한다"고 지적했다.



◇ 지역감염원 관리 실패…확산 속에서도 '걱정'은 23%뿐
독일에서 이번 코로나19 지역감염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 확산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25일부터였다.
당시에만 해도 독일 사회에는 긴장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감이 보였다.
같은 달 28일 39세의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을 필두로 정부 합동 위기대책본부가 꾸려졌지만,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이 사이 지역 감염원을 추적 관리해야 하는 각 주 정부는 이에 실패했다.

이제 감염자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경증일 경우에는 진단을 받기도 쉽지 않고, 진단을 받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3일 정도가 걸리는 실정이다.

이미 겨울방학을 이탈리아 북부 등지에서 보낸 여행객들이 돌아오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경고가 있었지만, 여행객들에 대한 추적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가격리 권고마저도 없었다.

지역감염이 본격화된 즈음인 지난 5일 발표된 공영방송 ARD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는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걱정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대규모 확산 사태가 벌어진 데다 이탈리아에서 상황이 심각해진 시점에서였다.



이 사이에 대규모 행사는 여전히 열렸고, 클럽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6∼7일 사이 초기 증상자가 베를린의 한 클럽에서 17시간 동안 머문 직후 확진 판정을 받아, 클럽이 대규모 감염원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확산 과정에서 언론에서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 및 기침 예절 등이 강조됐고 공포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논조가 지배적이었을 뿐 정부를 채근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마스크는 아시아에서나 쓰는 것이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달 29일 자 오피니언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해선 "중세 시대에 흑사병 전염을 막기 위해 새 부리 마스크에 허브를 넣은 것처럼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도 했다.
중세 시대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의사들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고 믿고선 새 부리처럼 길게 만든 마스크에 필터 격으로 허브를 채워 넣었다.

한국에서 과도한 마스크 착용의 문제점이 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독일에서는 실내에서 고객을 대면하는 마트 직원들과 배달 노동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의료용 마스크마저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확산 사태 전 미리 구매해두지 않은 일반 시민이 착용하고 싶어도 온라인에서 고가로 매입하지 않는 한 어려운 실정이다.



◇ 확진자 여전히 급증세…외출제한령 가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 몇시간 전에서야 기자회견을 열어 확산 사태 이후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어 독일 정부는 지난 16일 공공시설과 일반 상점 운영금지, 음식점 운영제한, 종교시설 행사 금지 등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매일 확진자 수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의료 대응 체계마저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파티'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지역 공원에서는 경찰들이 개입해 파티를 막기도 했다.
이에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는 이런 현상 등을 명분으로 삼아 외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헤센주 브리핑에서는 '코로나 파티'를 명시하며 지적했다. 이미 비슷한 시점부터 확산 사태를 맞고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는 외출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메르켈 총리의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는 '집에 머물러 달라'는 권고가 실효성이 없을 경우 외출제한 조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마지막 경고였다는 분석이다. 바이에른주(州)는 지난 20일 16개 연방 주 가운데 처음으로 외출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외출 제한 조치를 놓고 독일 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독일 언론에서는 외출제한 조치에 대해 실효성을 염두에 둔 것보다 정치적 조치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위기 국면에서 정치인들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셈법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와 경찰은 외출제한령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통행금지와 같은 조치들이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면서 "현재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공공생활에서 첫 번째 제한이 이뤄지기 전에 대부분 감염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정폭력의 증가를 우려했다.
메르켈 총리와 각 주 총리들은 22일 화상회의를 통해 외출제한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외출제한 조치에 대한 독일 당국의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독일의 확진자는 19일 3천명, 20일 4천명, 21일 2천400명이 늘어났다.
lkbin@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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