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로나" 놀림에도 1위,의연했던 男체조국대...바쿠월드컵 13일의 기록

2020-03-15 17:04:26

지난 12일 FIG 바쿠월드컵 현장에서 이선성 남자체조대표팀 코치의 지도를 밝은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는 신재환과 류성현. 사진제공=대한체조협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올림픽 티켓 사냥에 나선 대한민국 남자체조 국가대표 신재환(22·한체대)과 류성현(18·울산과학고)이 '코로나19 팬데믹'과의 '13일 전쟁' 끝에 귀국길에 올랐다.



대한체조협회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지난 3일 '도마 신성' 신재환과 '10대 체조천재' 류성현을 국제체조연맹(FIG) 아제르바이잔 바쿠월드컵(12~15일)에 파견했다. 이어지는 카타르 도하월드컵(18~21일)을 묶은 일정이었다. '선수촌 이웃' 탁구대표팀의 카타르오픈 출전이 막힌 직후, 체조대표팀은 14일 격리 규정 등을 감안해 조기출국을 택했다.

남자체조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단체전 출전쿼터 4장을 확보했다. 여기에 월드컵 랭킹포인트에 따라 주어지는 '개인' 종목별 출전쿼터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신형욱 체조대표팀 감독은 절대 에이스인 '도마의 신' 양학선(28·수원시청)이 건재하지만 최근 도마 기술이 급성장한 신재환과 '세계주니어선수권 마루 챔피언' 류성현까지 가세할 경우 경쟁과 공존속에 멀티메달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2월 호주 멜버른월드컵에서 신재환과 류성현이 각각 도마와 마루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랭킹포인트 획득을 위해 선발대로 나선 이들이 바쿠로 가던 중 한국발 외국인 입국금지를 선언한 '경유지' 카타르 도하에서 발이 묶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2시간 30분 넘게 경유행 비행기가 지연되는 우여곡절 끝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안착했다. 바쿠 현지에서도 동양인 선수들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지나갈 때면 일부 선수들은 "꼬로나, 꼬로나"라며 대놓고 놀리기까지 했다. 신형욱 감독은 "펜싱 등 다른 종목도 그랬다더라. 출국전 선수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고 주지시켰다"고 했다.

일부 선수들의 항의로 중국, 한국, 이탈리아에서 온 선수들에 대한 코로나 검사도 불시에 시행됐다. 한국 선수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이미 진천선수촌 인근 병원서 코로나 음성 판정 증명서를 받아둔 상황이었지만, 바쿠월드컵 조직위는 이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 후 공항도 들렀고, 비행기도 타지 않았느냐"며 재검을 요구했다. 훈련중 예고도 없이 한국, 중국 선수단을 병원에 데려가 코로나 재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어린 국대들은 의연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생경한 상황에 흔들리지 않았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현장을 지켜본 체조계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인데 남다르다. 훈련도 잘하고, 진짜 밝고 스트레스도 안받고 잘 웃는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13일 예선전, 이들은 보란 듯이 진천에서 갈고 닦은 자신의 기술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신재환이 도마 1위로, 류성현이 마루 4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고난도 6.0 '요네쿠라(도마 옆 짚고 3바퀴 반 비틀기)' 기술을 구사하는 신재환의 경우,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올림픽 개인 출전권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14일 고대했던 파이널 경기가 전격 중단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직후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조치와 함께 모든 스포츠 이벤트 취소 결정을 내린 탓이다. 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신재환과 류성현은 망연자실했다. 2주간의 전쟁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탈출하듯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신형욱 감독은 "2주 가까이 선수로서 모든 것을 쏟아온 어린 선수들의 상심이 크다. 그런데도 오히려 감독인 내게 죄송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해낸 것이 기특하다. 그래서 더 아쉽고 아깝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6월로 미뤄진 도하월드컵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선수들은 15일 오후 귀국 후에도 곧바로 진천선수촌에 들어갈 수 없다. 국가대표 선수, 지도자의 외출, 외박을 전면금지하며 '청정지역'을 수호하고 있는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운영 방침에 따라 해외를 다녀온 선수는 입국 후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다시 받아야만 선수촌에 복귀할 수 있다. 신재환과 류성현은 귀국 후 지친 몸으로 진천선수촌 인근 모텔에 머물러야 한다. 3월에만 벌써 3번째 코로나19 검사가 예정돼 있다. 자가격리된 채 검사 결과가 나오는, 2~3일 후에야 선수촌에 들어갈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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