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에 제동 건 이명희·조현민,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으로

2020-02-04 16:15:32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와 조 전 부사장이 결성한 '반(反) 조원태 연합군'의 싸움으로 확전됐다.
외부 세력과 결탁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항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뭉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이 달린 3월 한진칼 주주총회는 이제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등에게 넘어가게 됐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한진그룹을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한 조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들고나오며 조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 대해 조 회장을 포함한 현재 한진그룹 경영 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규정하며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총수 일가와 뜻을 달리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낸 것은 그만큼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이 조 전 부사장의 외부 세력 연대에 충격을 받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이 고문은 결국 조 회장 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설왕설래가 많았던 만큼 주총 전에 입장을 분명히 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과 이 고문간 말다툼이 벌어진 소위 '성탄절 소동'이 외부로 공개되며 모자간의 불화설이 제기된 데다 이후 모자가 화해했다는 공동 입장에도 여전히 표면적으로 갈등이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꾸준히 있었던 점을 감안해 분명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에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카카오(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그룹 경영권 분쟁이 확산하며 관심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총 참석률은 작년(77.18%)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즉,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 40%가량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양측 모두 최소 7∼1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4.11%)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주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타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소액주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자문기관의 보고서에 근거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자문기관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외부 자문기관에서 조원태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조 전 부사장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할 KCGI 측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액주주의 포섭 여부도 양측의 다툼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 측은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등 작년 1월 KCGI가 한진칼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내용을 바탕으로 한 주주제안 내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측도 배당 성향 확대를 포함한 주주 친화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anajja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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