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108배 하며 25kg 증량"…이희준, '남산의 부장들'로 만든 인생 캐릭터

2020-01-16 13:09:0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남산의 부장들'에 이희준은 없었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101%의 경호실장 곽상천만 있을 뿐이다. 외모부터 연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희준의 발견이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젬스톤픽처스 제작). 극중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은 이희준(40)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극,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잔뼈 굵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희준, 특히 최근 영화 '1987'(2017, 장준환 감독), '미쓰백'(2017, 이지원 감독) 등의 작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가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데뷔 이래 가장 큰 변신을 선보이며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당대 대통려의 곁을 지켰던 실존인물인 경호실장을 모티브로 한 이번 캐릭터를 위해 이희준은 무려 25kg나 증량하며 비주얼 변신에까지 성공했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곽상처은 박 대통령의 존재를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여기고 충성을 바치는 인물. 청와대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는 심야 도심에 탱크를 운행 할 정도로 공포 경호를 실시한다. 중앙정보부가 휘두르는 권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요직 인사들의 충성 경쟁 속에서 엘리트적인 면모를 보이는 김규평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사사건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언론시사회가 열린 이튿 날 취재진과 만난 이희준은 "기술 시사 때 보고 언론 시사 때 또 봤는데 두 번째 보니 더 좋았다. 두 번째 보니까 정말 영화를 보면서 손이 저린 느낌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긴장감이 더 컸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마지막이 김규평이 총을 쏠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그 총을 과연 언제 쏘게 될지 긴장감이 크더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두 번 보니 더 좋았던 건 병헌이 형의 클로즈업이다. 마지막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의 형의 클로즈업 장면이 정말 좋았다. 정말 어려운 장면인데 그런 장면을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나 싶었다"며 "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제 캐릭터가 해줘야 할 역할을 다 했구나라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했다. 물론 제 연기 스스로 100%로 할 수 없지만, 영화에 필요한 역할을 해낸 느낌이었다. 병헌이 형을 화나게 하는 역할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대통령 저격 사건이라는 자칫 예민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에 "소재에 대한 부담감이 있긴 했지만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한다는 흥분이 엄청 컸다. 이 선배님들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선배들과 함께 하는 현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제가 막내니까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현장이 정말 재미있었다. 후배로서 닮고 싶은 선배님들이라서 선배님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극중 박통 역을 맡은 이성민에 연기에 대해 감탄했다. "사실 선배님이 연기한 박통이 큰 액션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캐릭터의 고뇌, 상황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흔들리는 모습이 이런 것들이 장면이 넘어감에 따라 다 느껴지더라"며 "그 얼굴과 눈에 모든 것이 보여서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연기더라. 논리적으로 연기할 수 없는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 시나리오가 가진 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제안 받을 때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서 시나리오를 한 번에 읽은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한 번에 읽었다. 지금까지 한 번에 읽은 시나리오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가 '미쓰백'이고 또 하나도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시나리오를 보는데도 목이 타더라. 영화를 보는 관객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극중 인물 분석에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특히 제가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이 인물이 뭘 믿고 있었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보면 곽 실장은 극중 인물들 중 가장 순수한 인물일 수도 있다. 권력욕있는 이물도 아닌 것 같다. 오직 그 분(박통)만 바라보고 그 분이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만 집중했던 인물이다. 이 인물에게는 오직 그 분이 국가였을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하면서 한쪽으로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협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연기했다. 이희준으로서의 시각을 내려놓고 정치적으로도 양 끝에 있는 자료를 모두 많이 찾아봤다. 최종적으로 내가 이 안에서 어떤 역을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이런 역할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황하기도 했다는 그는 "저는 오히려 곽도원 선배님이 연기한 역할이 더 크게 공감이 됐다. 배신을 받아서 어떤 행동을 하는 그런 심리가 더 이해가 됐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공감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궁금하면서 의욕이 불타올랐다. 감독님께서는 '마약왕'에서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시고는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을 봤다더라. 그래서 병헌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도 보고 싶으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극중 제 대사가 다 지르는 대사다. 그래서 대사를 하는데 정말 숨이 찼다. 일단 살을 찌워서 그런지 제가 한 호흡에 할 수 있는 글자가 많지 않더라. 세 네 글자만 말해도 숨이 차더라. 그래서 병헌 선배님도 재미있어 하시더라. '컷'하면 선배님이 '너 숨 넘어가겠다'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5kg 증량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증량하기 전에 증량에 대해 "일단 심리적으로 무서웠다"는 이희준. 이어 "배우로서 한 번도 그만큼의 체중이 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불려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는 두렵더라. 제가 엄청나게 나온 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더라. 저는 불교 신자인데 108배하면서 '괜찮다. 배 나와도 괜찮다'라고 스스로 심리적으로 허락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배우이다 보니까 배가 나오면 안된다는 결벽이 있는데 그걸 놔버리는 게 힘들더라"며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무게를 올려야 근육이 커지니까 웨이트도 많이 했다. 3개월에 25kg를 찌워서 100kg까 찌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까지 증량을 한다는 게 배우로서 되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러고 옷을 입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나 다 너무 힘들더라. 배우로서는 가면 같은 느낌이었다. 가면을 쓴 느낌이었다. 그리고 목소리 톤도 훨씬 낮아지고 숨도 차더라. 대사를 한 호흡에 못하게 되고 그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증량한 무게를 3개월만에 다시 그대로 감량한 이희준. 그는 증량 과정에 이어 "사실 빼는 게 훨씬 힘들었다. 살 찌려고 식사와 식사 사이에 땅콩버터를 가득 바른 토스트를 엄청 먹었었다. 원래 땅콩버터 같은 걸 안 먹었었는데 그걸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 그걸 끊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25kg 증량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는 그는 "뺄 때도 3개월이 걸렸다. 당뇨 위험이 있다고 해서 빨리 빼려고 했다. 목표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3개월 후에 노출이 있는 화보 스케줄을 잡아서 살을 뺐다. 식단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아서 헬스장 앞에서 고시원을 잡고 하루에 네 번씩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처음 상경해서 연극을 시작할 때 고시원에 살았는데 마흔에 고시원에 들어가니까 이상했다. 지금까지 체중 조절을 크게 하시면서 연기를 하신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며 웃었다.

한편, '남산의 부장들'은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김충식 저자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마약왕', '내부자들', '간첩', '파괴된 사나이' 등은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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