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우승경쟁X프로다운 투자' 과정이 좋아서 더 아쉬웠던 울산의 준우승

2019-12-02 09:20:01

김광국 울산 현대 단장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울산=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1일 오전 K리그1 파이널라운드 최종전 포항과의 '동해안더비' 직전 만난 김광국 울산 현대 단장은 담담하게 '진인사대천명'의 심경을 전했었다. 일주일 전, 37라운드 전북과의 홈경기 때 "축구장에 있으면서 이렇게 설레고 떨리기는 처음"이라고 했던 김 단장이었다. 전북과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고대하던 우승 세리머니도 한 주 미루게 됐다. 마지막 경기는 숙적이자 지역 라이벌인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였다. 1위 울산이 승점 79, 2위 전북이 승점 76, 포항에게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가능한 유리한 고지에서 울산은 14년만의 우승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울산은 1일 오후 3시 울산종합운동장 만원관중 속에 치러진 K리그1 최종 38라운드 파이널A 포항과의 홈경기 결과는 1대4 패배였다. 강원에 1대0으로 승리한 전북에 3연패, 역전우승을 내줬다. 승점은 79점으로 같았고, 다득점에서 단 1골이 부족했다. 포항 팬들이 "전북!"을 연호하는 가운데 울산팬들은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한 시즌 우승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온 울산 프런트들도 망연자실했다. 우승을 간절히 바랐고, 무조건 믿었다. 우승을 전제로 즐겁게 준비한 수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 내일 뭐하죠?" 허탈하게 웃는 프런트에게 그래도 올시즌 마지막까지 울산 덕분에 K리그가 참 좋았노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최근 K리그는 '1강' 전북의 세상이었다. 2014년 이후 5시즌 중 4시즌을 우승한 전북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구단은 전무했다. 지난해 전북은 스플릿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K리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도 '독주'보다는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시즌 초 김 단장은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이라고 호언했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지난해 FA컵 2연패를 노렸던 울산은 대구에 고전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김 단장, 김현희 사무국장을 비롯한 프런트들은 '3년차' 김도훈 감독을 향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냈다. 지난 시즌 베테랑 이근호, 박주호, 믹스를 영입했던 울산은 새시즌 우승을 목표로 리그 최고, 최강의 영입을 단행했다. 리그에서 검증된 공격수 주민규와 미드필더 김보경, 신진호, 김성준을 잇달아 영입했다.

김 단장 및 구단 전문가 집단, 선수단과의 시너지는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FA컵 2연패를 목전에서 놓친 직후 수비라인 보강에 사활을 걸었다. '센터백 듀오' 윤영선-불투이스가 '통곡의 철벽'을 구축했다. 김 단장은 "윤영선을 선제적으로 잡을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다른 구단이 달려들기 전에 빨리 결정했다. SC헤렌벤 출신 불투이스도 전력강화부에서 노르웨이, 네덜란드, 유럽 2-3부리그를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김 감독이 리차드 이상의 선수를 원했고, 결국 '키 큰 리차드' 불투이스를 데려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울산의 '큰손'은 멈추지 않았다. 시즌 초부터 공들여왔던 울산 유스 출신 국대 골키퍼 김승규를 영입했고, '맨시티 출신 중원사령관' 믹스와 임대계약을 연장했고, 호주 국대 풀백 데이비슨도 데려왔다. '투자 없는 성적은 없다'는 프로의 원칙에 충실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에 김도훈 감독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개막후 8경기 무패를 달리며 1위에 오른 이후 시즌 내내 선두권을 놓치지 않았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전북보다 앞섰다. 유리한 고지에서 마지막 휘슬까지 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전통적 구조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1강 전북을 위협하며 흥미진진한 K리그를 만들었다.

선수 개인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올시즌 김도훈 감독의 지도 아래 김보경(13골9도움), 김인성(9골3도움), 김태환(2골7도움), 김수안 등 대다수 선수들이 자신의 현역 최고 공격포인트, 일명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서른이 된 올해, J리그에서 임대 온 '축구도사' 김보경은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MVP 후보에 올랐고, 이동경은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랐다. '22세 이하 영건' 이동경은 3골2도움 활약과 함께 벤투호와 김학범호에 동시발탁됐다. 강민수, 박주호, 김태환, 김보경, 이동경, 믹스,김인성, 주니오(19골 5도움, 득점 2위) 등이 포지션별 베스트 11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팬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37라운드 전북전에는 1만9011명 올시즌 최다 관중이 울산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웠고, 38라운드 최종 포항전에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1만5000여 명의 팬들이 "별이 되어!"를 부르며 울산의 우승을 염원했다.

마지막 동해안더비는 울산에겐 뼈아프지만 K리그 팬들 입장에선 또 하나의 더비 스토리를 빚어냈다. 단언컨대 올시즌 동해안더비는 서울-수원의 슈퍼매치를 뛰어넘을 만큼 매경기 뜨겁고 치열했다. 모든 면에서 K리그에서 가장 수준 높은 명품 더비로 자리잡았다.

시즌은 끝났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김광국 울산 단장은 "우리의 슬픔에 공감해주시는 팬들이 더 많이 늘어난 것, 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내년에 울산의 변화를 지켜봐달라. 참담과 슬픔을 떨치고 1위에 걸맞은 내용과 구성을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