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재수 의혹 등 주요 현안 '깜깜이 수사' 원칙 재확인

2019-12-03 22:10:55

[연합뉴스 자료사진]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방침이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소재 지방검찰청들이 수사 상황에 대한 공식적 언급을 전면 중단했다.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피해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공적 업무인 수사·기소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이 권한 남용 등 전횡을 저지르는지 감시·견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동부지검과 서울서부지검은 3일 각각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이달 1일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 검찰청에 따르면 새 규정은 사건 관계자의 실명 등 형사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의 공개를 금지했다. 언론의 요청 등으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심의위 의결 이외에도 범죄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사건 관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이미 나왔거나 나올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 한해 수사상황 일부를 공개할 수는 있다.

다만 심의위가 사건 공개 범위를 결정했더라도, 해당 수사팀이 관련 공보자료를 만들지 않으면 사건은 결국 공개되지 않는다. 검찰이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만 공개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건 당사자와 검찰 양쪽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교차 확인해 오보를 방지하기는 난망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단적으로 말해 심의위 소집·의결 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오보가 나와야만 하는 구조인 셈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규영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사법연수원 28기)은 이날 간담회에서 '오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면에 의해 배포된 검찰 공보자료에 근거한 보도 외에 나머지는 추측성 보도"라고만 답했다.

심의위에 어떤 사람이 들어가는지는 비밀에 부쳐진 채 민간위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정도만 설명됐다. 심의의 공정성 때문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심의위 구성을 해당 검찰청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동부지검은 전날 열린 형사사건 공개 심의 '1호 안건'인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사건에 대해 심의위 개최와 종료 사실은 각각 공지했지만 심의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함구했다.

정규영 동부지검 공보관은 이 사건의 수사 상황 공개 여부 등 심의회 논의 결과를 기자간담회에서 밝히겠다고 전날 공지했다가 말을 바꿨다. 관련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지했다는 게 그의 해명이다.

정 공보관은 "심의회 결과를 이야기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대검찰청의 운영규정을 보니 비공개하게 돼 있었다"며 "제가 심의위를 거치고 나서 그 규정이 있는 걸 알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어떤 사건에 대해 심의위를 개최할 것인지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동부지검은 "전문공보관은 수사검사나 기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심의위 회부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부지검은 "현재까지 마련된 기준은 없다"며 "(언론 등과) 같이 꾸려가는 게 될 것이라서 앞으로 시행해봐야 알 듯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공보관이 공보와 관련해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보관은 원칙적으로 수사부서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수사내용은 알지 못한다.

정 공보관은 "동부지검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 기자단에 브리핑 일시를 공지하고, 자료를 배포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언론이 검사 비위 등 검찰 내부 문제를 취재하는 경우에도 수사상황 공보와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 식구 감싸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검사가 폭행사건 가해자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해당 검찰청에서 유일한 언론 창구인 전문공보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 경우 새 규정에 따라 언론사는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모든 검사와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 측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은 불가능하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는 공적인 업무이고, 당연히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악의적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흘리거나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처벌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지만, 아예 틀어막아 버리는 게 결코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언론과 국민 여론을 보게 돼 있다"면서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법리적인 것을 기본으로 따지되 국민의 눈높이와 요구사항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xi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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