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잔류 약속 지킨 유상철 감독을 향한 외침 '남은 약속도 지켜줘'

2019-12-02 05:10:11



[창원=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삐익~!!"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유상철 인천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코칭스태프와 얼싸 안고 환희를 나눴다. "반드시 잔류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유 감독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웃음'을 지었다.

'생존왕' 인천이 결국 살아남았다. 인천은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8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승점 34가 된 인천은 승점 33의 경남을 승점 1차로 따돌리고 10위를 지키며 K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시즌 내내 최하위에 머물렀던 인천은 이번에도 후반기 대반전에 성공하며 또 다시 생존에 성공했다.

매년 생존 경쟁을 이어온 인천이지만, 이번 마지막 경기는 진짜 전쟁과 다름없었다. 인천은 어떻게든 승강 플레이오프를 피하고 싶었다. 시즌 종료 후 본격적인 치료에 나설 유 감독을 위해서다. 췌장암 4기를 선고받은 유 감독은 '잔류'라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벤치에 앉겠다고 다짐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유 감독은 체력적, 심리적 부담 속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 몸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인천 수뇌부는 경기 이틀 전 결전지인 창원으로 향하겠다는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추가 예산을 지원했다. 팬들도 함께 했다. 무려 16대의 원정 응원버스가 창원을 향했다. 계속된 팬들의 증차 요구에 선수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사비를 털었다. 이날 창원축구센터에 자리한 1000여명의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토해냈다. 또 다른 인천축구전용구장을 만들었다. 유 감독은 "원정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선수들이 기죽지 않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할 수 있던 인천, 유 감독은 "승부에서 '비겨도 된다'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왔다.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 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유 감독의 의도와 달리 인천은 무기력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남의 맹렬한 압박에 고전했다. 후반 인천은 조금씩 깨어났다. 유 감독은 한 박자 빠르고, 과감한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달라진 인천은 반격에 나섰다.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지만 날카로운 역습을 펼쳤다. 수비진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버텨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 36분 쿠니모토의 프리킥이 벽을 맞고 골키퍼를 향했다. 경남 선수들은 강력하게 핸드볼을 주장했고, 주심은 이어 VAR(비디오판독)을 봤다. 경남 팬들은 "페널티킥"을 외쳤다. 인천 벤치도 숨죽이고 결과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주심은 원심을 유지했다. 유 감독은 "솔직히 걱정이 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긍을 했겠지만, 페널티킥이 아니라는 판정이 나와서 다행이었다"고 웃었다. 결국 인천은 남은 경남의 대공세를 잘 막아내며, 인천은 또 한번 해피 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유 감독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웃을 수 있었다. 유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린 후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지도자로 많은 부담이 있었다. 팬들과 부임하면서 한 잔류라는 약속을 지켰다는 게 생각났다"고 했다. 만세삼창, 헹가래 등 잔류 세리머니를 함께 하던 유 감독은 시종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직접 확성기를 쥐었다. 유 감독은 "이렇게 함께 마지막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 잊지 않고, 또 내년을 위해서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감독의 인천에서의 '첫 번째'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모두가 함께 웃던 선수단, 팬들 사이에 눈에 띄던 걸개 하나가 있었다. '남은 약속도 꼭 지켜줘,' 유 감독은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팬들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호남도 "우리는 잔류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제 감독님이 건강하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했다. 유 감독도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내년만큼은 잔류 싸움이 반복되지 않게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다음 시즌 계획을 전한 유 감독은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들더라도 의지를 갖고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약속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바라는, 유 감독의 약속이 정말로 지켜졌으면 좋겠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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