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계란으로 바위를 치기일지라도"…'블랙머니' 조진웅,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

2019-11-11 13:13:2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영화로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요?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기지만, 이백만번쯤 치다보면 흠집은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담당했던 피의자의 자살로 곤경에 처하게 된 검사 양민혁(조진웅)이 누명을 얻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내용을 그린 금융 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정지영 감독, 질라라비·아우라픽처스 제작). 극중 서울지검 양민혁 검사 역을 맡은 조진웅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끝까지 간다'(2014), '명량'(2014), '암살'(2015), '독전'(2018), '완벽한 타인'(2018) 장르와 캐릭터를 불만하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조진웅. 매 작품 인상적이고 강렬한 연기를 선보여온 그가 '광대들: 풍문조작단' '퍼펙트맨'에 이어 내놓는 올해 자신의 마지막 작품 '블랙머니'를 선보인다. 시원하게 할 말하고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검사 양민혁을 연기한 '블랙머니'로 앞선 두 작품이 흥행 부진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양민혁은 사건 앞에서는 위 아래도 없고, 수사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서울지검의 일명 '막프로' 검사. 검찰 내에서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하루 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다.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거대한 금융 비리 사건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한다.이날 조진웅은 "영화의 전개가 빨라서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훅 지나가더라. 객관적으로 사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어서 다행이다 싶었다"며 '블랙머니'에 대한 자신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진웅은 모티브가 된 론스타 먹튀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실제 사건이 터졌을 때 저는 대학생이었다. 저희 집도 못사는 집은 아니었는데 IMF때 완전히 무너졌다. 대학을 다녀야 되는데 돈이 없어서 돈을 처음 빌려봤다. 그런데 대학 때 론스타 사건이 터졌다. 사실 그때 저는 잘 몰랐다. 레임덕 기간에 이 사건이 터졌고 내가 사는 게 바빠서 잘 몰랐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내 세금이 나가고 있는지 몰랐다. 이렇게 모르게 벌어진 사건이라는 게 더욱 무서웠다. 정말 저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고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니 '정말 눈뜨고 코 베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래서 이런 일이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잠도 안 오고 열 받기도 하고 그러더라.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난 후 느낀 가장 강렬한 감정은 '분노'였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하니까 열 받더라. 우리가 배웠다면 다들 배운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도 눈 뜨고 코 베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 내가 왜 이렇게 당했지? 내가 이런 걸 인식도 못했고 당했구나라는 생각에 열이 받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가 어떤 사회적인 반향이나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이날 조진웅은 '블랙머니'를 통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거장 정지영 감독을 '완성형 감독'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완성형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어떤 면에서 등대 같은 모습이 있다"며 "지향점을 정확히 가진 사람이다. 어떤 지향점이 무너질 수 있는데 절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 등대로서 굳건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소통도 하시는 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저희 아버지랑 감독님이랑 동갑이다. 저희 아버지는 어디 여행을 가셔도 뒤쳐져서 걷고 그러신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배우에게 지시할 상황이 있으면 무전으로 말씀해주셔도 되는 상황도 꼭 몸을 움직이고 오셔서 말씀해주신다. 꼭 몸을 많이 움직이셔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확실히 관철시키려고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한 정지영 감독의 소통법에 대해 말하며 "저의 의견을 만할 때 나이가 있으신 분이니까 말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정말 다 들어주고 수용을 해주는 분이다. 배우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시고 정말 동료라는 느낌을 들게 해준다. 저의 의견을 주저하지 않고 토론할 수 있게 해주신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이날 정치 사회적으로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오히려 철저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야 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화법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당당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저라는, 조진웅이라는 악기를 통해서 전달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는 사실 뭘 택할 때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내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다른 배우에게 넘기는 편이다. 욕심을 내지 않는 편이다"고 덧붙였다.'영화 한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진웅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의 심정이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처도 이백만번쯤 건드리면 흠 정도는 나지 않을까. 그리고 광속으로 견딜 수 있는 계란이 나온다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 저는 그 말을 믿는다"며 "어떤 흠집은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못 먹는 감 찔러본다는 마음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가진 마음으로 임해야 되는 작품이 있다. 고발하는 마음 부딪히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치적 색깔이 들어간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는 것과 반면에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조진웅. 그는 "이런 영화를 찍어놓고 '어떤 목적과 색깔이 없다'고 말하는 건 웃긴 거라고 생각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부마항쟁기념식에서 특별 시낭송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조진웅. 그는 그때를 떠올리며 "저한테 그런 기회를 주신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하고 이제 내 차례인가 싶기도 했다. 정말 뜻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떨리거나 그렇다기보다 신기한 자리였다. 대통령님이 오신다고 하는 것도 신기하고 사인도 받고 싶더라. 제가 부산 사람이니까 너 남다르게 다가왔다. 낭독을 하면서 느낌이 확 오더라"며 "어머니께서는 대통령님과 같이 찍은 사진 뽑아서 집에 걸어 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조진웅은 영화를 택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함께 하는 사람들'로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가 충무로 가성비 최강 배우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장 김창수'도 그렇게 선택한 작품이다. 3년을 아무도 안한다고 해서 돌아다니던 영화였다. 그런데 제작자가 제 친구다. 제가 어떻게 하겠냐. 해야지"라며 "사실 저는 작품을 할 때 사람들이 최우선이다. 전학 갈 때 느낌을 아시지 않나. 생소한 환경에 놓여져 있는 '전학의 공포'라는 게 있다.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새로운 사람들과 하게 되면 사실 그런 공포는 덜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가 '대장 김창수'를 3년 동안 고사를 했던 건, 물론 작품에 대해 겁이 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겁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도 하고. 아무도 그 작품을 안 하니까 그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뛰어 든거다. 난 불나방 같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블랙머니'는 '남영동1985'(2012), '부러진 화살'(2011), '블랙잭'(1997),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하얀 전쟁'(1992), '남부군'(1990) 등을 연출한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진웅, 이하늬, 이경영, 강신일, 최덕문, 조한철, 허성태 등이 출연한다. 11월 13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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