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늘 마지막이라 생각해"…무르익은 김희애, 36년만에 찾은 인생작

2019-11-11 13:13:0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연기해요. 작은 역할이라도 나로 인해 작품이 돋보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정말 행복한 일 아닐까요? 하하."



감성 멜로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 영화사 달리기 제작)에서 첫사랑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윤희를 연기한 배우 김희애(52). 그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윤희에게'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전 세계 이목을 끈 '윤희에게'는 장편 데뷔작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통해 제21회 부산영화제 NETPEC상 수상 및 유수 영화제 러브콜을 받았던 임대형 감독의 차기작으로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임대형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이 담긴 '윤희에게'는 첫사랑을 추억하게 만드는 스토리와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미로 올겨울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특히 '윤희에게'는 '멜로 대가'로 손꼽히는 김희애가 오랜만에 스크린 정통 멜로로 컴백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어디인가 텅 빈 것만 같은 마음을 가진,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여자이자 엄마 윤희로 변신한 김희애. 속 깊은 딸 새봄(김소혜)의 제안으로 끝없는 설원이 펼쳐진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첫사랑의 기억을 깨운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해 눈길을 끈다. 윤희의 복잡하고 섬세한 내면을 김희애만의 감성과 내공으로 발휘,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윤희에게'는 김희애의 또 다른 인생 캐릭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희애는 "사실 너무 떨려서 영화를 공개되기 전 임대형 감독에게 부탁해 미리 편집본을 봤다. 그때는 음악도 안됐고 장면을 연결만 시켜놓은 버전이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 소박하고 욕심 없이 쓴 글 같아서 신선함 같은 게 느껴졌다. 요즘 작가나 감독들은 좀 더 자극적으로 써야 흥행이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박감이 있어 욕심을 내지 않나? 그런데 '윤희에게'는 욕심없이 순한 마음이 느껴져서 오히려 책보다 더 좋았다. 자극적인 수위가 없는 '윤희에게'는 충분히 의도가 변색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 없어 고마웠다. 충분히 공감했던 부분과 방향대로 갔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수위가 높은데 '윤희에게'는 다르다.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도 임대형 감독이 자신의 소신만으로 갔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김희애는 영화 속 동성애 설정에 대해 "이 작품이 퀴어 무비라고 특별히 고민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인생은 각각의 삶이 있지 않나? 여러 삶이 있고 사랑 역시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성애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삶도 주위를 둘러봐야 하는데 그렇게 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지점이 많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소재의 부담보다는 말보다 감춰진 내면 연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짧은 순간에 윤희의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마음을 다듬어야 했다. 연기하는데 너무 부담을 가지면 그 순간 긴장이 돼 표현이 잘 안 되는데 다행히 잘 표현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1983년 데뷔해 올해 36년 차를 맞은 김희애는 활발한 활동에 대해 "아직까지 운이 좋은 것 같다. 데뷔 36년이 넘었는데 현역으로, 또 주연을 연기하고 있어 못 느끼고 있지만 아마도 일을 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는 너무 신이 많아서 힘들지만 그 또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겐 큰 선물인 것 같다. 작은 역할이라도 나로 인해 작품이 돋보일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정말 행복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일은 계속하고 싶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나 젊은 배우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어야 한 편의 드라마, 영화가 만들 수 있다"고 웃었다.

그는 "특히 '윤희에게'는 나를 처음으로 선택하고 떠올려 줬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더라. 내 눈엔 너무 귀하고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임대형 감독 역시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 마음을 선택해줘서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어떤 사람에겐 이 작품이 하찮을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귀한 역할이고 작품이었다. 그걸 알아봐 준 것 같아 행복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이 작품이 그런 작품인 것 같아 너무 영광이었다"고 답했다.

앞서 부산영화제를 통해 선공개된 '윤희에게'. 당시 김희애는 무대인사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해 '무르익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김희애는 "부산에서 '무르익었다'라고 말했는데 나보다 더 선배인 선생님들 앞에서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무르익었다'를 비롯해 '절정이다' 이런 말 자체가 부끄럽다. 다만 그렇게 되고 싶은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며 "사실 나는 본래 수줍어하고 부끄러움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걸 인정하고 의젓해질 필요가 있더라.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었는데, 스스로 요즘에는 당당해지고 철이 들려고 노력한다. 배우는 어느 정도 자신을 향한 나르시시즘이 있어야 연기에 자신감도 붙는다. 가장 일상적인 삶을 살아야 배우로서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결국 배우지 않나? 이런 모습을 잘 유지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하루살이 인생인 것 같다. 완전 허당이다. 행동도 천천히 하려고 하고 자꾸 기억하려고 한다. 또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몸을 운동하듯 뇌도 운동하려고 한다. 물론 어릴 때부터 이러지 않았다. 늦게 시작한 케이스고 고작 10년밖에 안 됐다. 인생을 아깝게 보낸 것 같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데뷔 이후 지금까지 '멜로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희애는 "'멜로퀸'이라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한 특별한 자부심은 없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늘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며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말을 하는데 내 주변 스태프들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 언니 20년째 하는 소리다'며 안 믿더라. 항시 '멜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보다 더 오래 하고 있어 나 역시 놀랍다. 항상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멜로 욕심에 대한 한도 없고 늘 덤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된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의 작품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예능,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하려고 작정해서 한 것도 아닌데 운이 좋아서 많이 찾아주신다. 감사한 일이다"고 전했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 통의 편지를 받은 여자가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성유빈 등이 가세했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임대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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