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군 정년 43세로 정한 국정원…대법 "남녀차별로 위법"

2019-11-10 09:00:45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성이 주로 근무하는 직군의 정년을 남성과 다르게 정한 국정원의 내부 규정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가정보원 공무원 출신 A씨 등 여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1986년 공채로 입사한 A씨 등은 국가정보원에서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직렬(전산사식)로 근무해왔다.

이들은 1999년 전산사식과 안내, 원예 등 6개 직렬이 폐지됨에 따라 의원 면직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5월 계약직 공무원으로 재임용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10년 넘게 일하다가 만 45세가 된 2010년 퇴직했다.
국가정보원의 '계약직 직원 규정'이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업무 등에 대해서는 정년을 만 43세로 정하고 있다. A씨는 2008년 근무 상한 연령인 만 43세가 됐는데, 연령 규정 부칙에 따라 2년을 더 근무한 뒤 만 45세에 퇴직하게 된 것이다.

반면, 남성이 주로 담당하는 영선(건축물 유지·보수 등)이나 원예 업무의 근무상한연령은 만 57세였다.

A씨 등은 해당 정년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2012년 냈다.

1심은 "전산사식 직렬에 주로 여성이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무 상한 연령을 43세로 정한 규정이 여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역시 계약직 공무원으로서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퇴직한 것이라며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돼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남성 전용 직렬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국정원의 연령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당연무효"라고 판시했다.

여성 근로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직군보다 낮게 설정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근무 상한 연령을 정한 국정원의 내부 규정이 옛 국정원법이나 국정원직원법 등 상위 법령에 구체적인 근거를 두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상위법령을 위반한 행정규칙의 효력,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sj9974@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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