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안할 수도 없고'…개 관련 신고 증가에 일선경찰 '난감'

2019-11-10 09:00:16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유기견도 덩달아 늘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개를 포획하거나 개의 주인을 찾아주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동물 관련 업무는 소방당국 소관인데도 경찰이 본업 아닌 일로 출동할 수밖에 없는 건 개 관련 신고가 112로 접수되는 경우가 빈발하는 데다 국민 안전과 무관한 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오전 8시께 "대형견이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 도로를 뛰어다니고 있다"는 신고가 112로 들어왔다.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경찰관 2명이 순찰차 1대로 출동했지만 역부족이어서 순찰차 2대와 경찰관 6명이 추가 투입됐다. 경찰은 오전 8시 20분께 소방서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그 사이 대형견은 차량 사이와 인도를 오가며 30분간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시민들에게도 달려들었다.

박제훈(41) 경장은 동료 경찰관들이 도로 위에서 개를 쫓아다니느라 차에 치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맨손으로 대형견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왼쪽 손목을 물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개는 목줄이 없는 상태로 길러지던 개였고, 경찰은 주인을 찾아 돌려보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112에 동물 관련 신고가 점차 늘면서 출동이 잦아지고 있다"며 "경찰 업무가 아니지만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시민 안전을 위해 현장에 출동하는데, 문제는 동물 관련 업무가 경찰 업무가 아니다 보니 보호 장비가 없어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길 잃은 개의 주인을 찾아달라는 신고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지난달 1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신풍지구대에 "주인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가 혼자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관 3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주변 주택가를 일일이 방문해 "강아지를 잃어버리지 않았느냐"고 확인했다.

30분가량 탐문하던 중 한 골목길에서 강아지를 찾는 주인을 발견했다. 주인은 "강아지가 집 밖으로 뛰어나간 뒤 행인을 따라가 사라졌다"고 했다. 경찰은 강아지를 주인에게 넘겼다.

한 경찰관은 "길 잃은 개가 있다는 신고를 접수해 주인이 올 때까지 파출소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개가 줄을 끊고 달아나는 바람에 주인이 '개값을 물어내라'고 해 직원들끼리 돈을 모아 수십만원을 물어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목줄 없는 개, 대형 유기견 등이 증가하자 올해부터 '위험동물 출동 코드'를 신설해 출동 건수를 집계하고 있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출동 건수는 8천665건에 달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강아지 구조나 포획은 경찰 업무가 아니어서 출동하더라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동물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에 위험동물 업무 관련 보호장비 등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일선 경찰관은 "길 잃은 개 한 마리의 주인을 찾아주다 보면 다른 상황에 대응할 인력이 그만큼 부족해진다"며 "이런 일로 인력을 확충할 수도 없는 일인데, 그렇다고 신고를 가볍게 여길 수도 없어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fortun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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