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대전 인수, 금융단 축구단의 부활이 반갑다

2019-11-08 05:40:0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969년, 한국축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한국축구에는 제일모직, 대한중석, 금성방직 정도를 제외하고 이렇다할 팀이 없었다. 때문에 선수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나설 정도로 정상급의 기량을 보이던 한국축구는 이같은 구조적 문제로 북한, 당시 버마, 말레이시아 등에 밀려 아시아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다.

최초로 3대 고시라 불리는 사법, 행정, 외무고시를 모두 패스한 '당대의 수재' 장덕진 당시 재무부 이재국장이 팔을 걷어붙였다. 1969년 대한축구협회 이사직을 겸임하며 축구행정에 발을 들인 장덕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축구단을 창단하는 것이었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금융단이 물망에 올랐다. 재무부의 실세였던 장덕진은 시중 은행장을 만나 일일이 설득에 나섰다. 1969년 한해에만 7개의 금융단 축구팀이 생겼다. 1970년 1월 대한축구협회장에 추대된 이후에도 은행팀 창단은 계속돼, 그가 재임한 1973년까지 모두 13개의 금융단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금융단 축구팀은 한국축구의 지형을 바꿨다. 아마추어에 머물던 한국축구는 이때부터 사실상 프로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금융단 축구팀은 선수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다. 졸업 후 은퇴를 고민했던 선수들은 은퇴 후 은행원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됐다. 금융단 축구팀만 참가한 리그는 지금 K리그1 보다 많은 팀들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금융단 축구팀은 19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축구의 젖줄 역할을 했다. 나중에 행정가로도 변신했던 김정남(외환은행) 김호곤(신탁은행) 김재한(주택은행) 김진국(기업은행) 등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스타들이 모두 금융단 축구팀 출신이었다. 금융단 축구팀은 프로화 이후에도 실업 무대를 누비며 많은 기여를 했다. 금융단 축구팀은 마지막 명맥을 이어온 고양KB국민은행이 2012년 해체를 선언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9년, 한국축구에 다시 금융단 축구팀 시대가 열렸다.

하나금융그룹은 5일 대전시와 대전 시티즌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내년 시즌부터 K리그 무대를 누빈다.<스포츠조선 단독 보도> 대전 시티즌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대전시는 팀을 인수할 투자처를 찾았고, 지난 8월 하나금융그룹에 '대전 시티즌 투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후 2개월간 협상을 펼쳤다. 대전시는 경기장 및 클럽하우스 사용권은 물론 주변 사업권까지 약속했고, 축구계에 관심이 많던 하나금융그룹은 전격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

프로축구계는 하나금융그룹의 합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과거 국민은행, 한일은행이 슈퍼리그에서 뛰었지만, 당시 완전한 프로형태는 아니었다. 하나금융그룹은 K리그에 최초로 발을 들인 금융 회사다. 프로축구계는 과거 금융단 축구팀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금융그룹이 다시 한번 한국축구를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K리그는 올 시즌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긍정적인 분위기와 달리 리그에는 여전히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각 팀들은 투자를 하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결국 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선행이 되야 한다. '옆동네' 중국과 일본의 투자에 위기를 느낀 K리그는 2014년 서울 이랜드를 통해 다시 기업구단 창단 시대를 열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북, 울산 정도만이 투자를 이어갔고, 오히려 가난함의 대명사였던 시도민구단이 선수영입을 선도하는 기현상까지 나왔다.

연매출 32조5159억원에 달하는, 탄탄한 재정 능력을 갖춘 하나금융그룹은 K리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기업이다. 특히 김정태 회장은 축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은 이번 인수에 나서며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수단 구성을 위해 지도력이 검증된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황선홍 전 옌벤 감독을 내정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주변 일대에 대한 개발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과연 하나금융그룹은 K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다시 등장한 금융단 축구팀의 부활이 반갑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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