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가드' 이상민 감독이 '천재 가드' 천기범에게 건네는 조언

2019-11-06 15:28:1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공격을 해야 어시스트가 나오는데…."



서울 삼성 천기범은 부산 중앙고 재학 시절 '천재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2012년 협회장기 전국대회에서 5명의 선수로 결승까지 올라 감동을 줬는데, 그 중심에 천기범이 있었다. 당시 허 훈(부산 KT)이 이끄는 용산고에 결승전에서 패했지만, 천기범은 MVP를 제외한 득점상, 어시스트상, 수비상, 우수선수상을 모두 휩쓸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캠프에 참가해서는 현재 일본 최고 가드로 성장한 토가시 유키(지바 제츠)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학 명문 연세대로 진학했는데, 잦은 부상과 경쟁 등으로 제 기량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천기범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삼성 지명을 받았다.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컴퓨터 가드' 이상민 감독이 그를 콕 집었기에 프로에서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프로 4년차, 천재 가드의 진가는 아직 발휘되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51경기 평균 25분46초를 뛰며 평균 6.0득점 3.9어시스트를 기록해 나아지나 했지만, 이번 시즌 치른 11경기에서 평균 3.9득점 3.3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 기록을 떠나 5일 열린 서울 SK전은 실망스러웠다. 18분39초를 뛰었다. 가장 중요한 1쿼터와 4쿼터를 책임졌다. 하지만 슈팅 2개를 던진 게 전부였다. 어시스트는 1개 뿐. 슛 찬스가 많이 나는데, 주저하는 모습이 확실하게 눈에 띄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어거지로 던진 슛 하나가 들어갔다"며 아쉬워했다.

뭔가 방황하는 느낌이다. 천기범은 스피드보다 힘을 앞세운 가드다. 자신의 좋은 신체를 바탕으로 아예 공격에 치중하는 역할을 하든, 아니면 동료를 살려주는 퓨어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든 노선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격 코트로 공을 몰고 넘어와 외곽에서 누구에게 공을 줄까 드리블을 치며 찾다, 공을 받으러 오는 주 공격수에게 공을 넘겨주고 역할이 끝나버린다. 과감한 공격도, 날카로운 패스도 없다. 이렇게 공 운반만 하는 역할이라면, 굳이 천기범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감독은 천기범과 터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번 시즌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천기범은 "어시스트 타이틀을 따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시즌 출발은 좋았다. 창원 LG와의 개막전에서 14득점 4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5경기에서 줄곧 4~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SK전에서 무득점 1어시스트 경기를 하며 무너졌다. 이후 2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를 했고, 주저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은 이런 천기범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팀 선수임을 떠나 연세대 후배이고, 같은 가드다. 천기범이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지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자질이 없으면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현 선수 구성을 볼 때, 천기범의 자리를 크게 위협할 경쟁자도 없다. 조금만 존재감을 발휘하면 붙박이 주전 가드로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이 감독은 "너무 어시스트만 생각하면 이도저도 아닌 플레이가 나온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해야 어시스트도 나온다. 가드가 슛을 쏘고 공격을 해야 수비가 붙고, 수비가 붙어야 빈 곳으로 좋은 패스를 해줄 수 있다. 뭐가 불안한 건지 모르겠지만, 공격적인 자세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하며 하루 빨리 자신감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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