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마라톤 개최지 변경에 IOC 권한 논란…계약 개정론 '고개'

2019-11-04 07:54:31

[NHK 캡처]

내년 도쿄(東京)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종목 개최지를 도쿄에서 삿포로(札晃)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벌어진 개최도시 도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찰을 계기로 IOC와 개최 도시, 대회 조직위원회간 계약의 불평등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일 도쿄에서 열린 IOC, 도쿄도, 대외조직위원회, 일본 정부간 4자회의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IOC의 결정을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장소 변경은) 합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결정을 받아들이지만 내심 불만이라는 걸 굳이 감추지 않은 셈이다. 도쿄도는 애초 개최지 변경에 강력히 반발했었다.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4자 회의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준데 감사한다. 위원장에게는 '선수의 건강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며 이에 따라 개최지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원회의 한 간부는 "개최 도시인 도쿄도나 조직위원회는 불평등 조약을 맺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측은 도쿄도와 조직위가 IOC와 맺은 '개최도시계약'에 묶여 장소 변경이 못마땅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IOC는 올림픽 운동의 최고 권위로 올림픽은 IOC의 독점적인 재산이다". 계약서는 서문에서 IOC의 이런 입장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조직위의 한 간부는 "도쿄도는 자의로 IOC에 대회 개최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IOC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손발과 같은 존재다. 말하자면 이벤트 사업자인 셈이다. 조직위 자체도 개최도시 계약에 따라 설립됐다.

IOC 조정위원회는 준비상황을 확인, 점검하고 협의하는 자리지만 의견이 대립할 경우 최종 결정권은 일본측에는 없다. "조정위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조정위의 권고에 따르기를 어느 한 당사자가 거부하는 경우 IOC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IOC는 지침 또는 다른 지시를 수정하거나 새로 만들 권리를 유보한다. 개최도시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및 조직위(OCOG)는 모든 수정 및 신지침, 지시에 대응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를 이번 사례에 적용하면 계약상 도쿄도와 조직위는 "마라톤과 경보 삿포로 개최'라는 IOC의 '지시'를 거스를 수 없다. IOC가 '결정사항'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위와 도쿄도도 IOC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한 건 아니다. 경비를 억제하기 위해 후보지 입후보 서류에 들어있던 경기장 신설 계획의 일부를 취소하고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물론 IOC와 해당종목 국제경기단체를 설득하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마라톤 더위대책도 작년 여름부터 심야 개최 방안을 모색했지만 IOC가 "(어두워) TV 중계가 여의치 않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조직위 간부는 "올림픽 개최에 관심이 있는 도시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면서 "개최도시와 IOC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시기가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계약내용은 과거 대회를 답습한 것으로 이번 도쿄대회가 특별한 건 아니다. IOC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올림픽헌장'에 따라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올림픽헌장은 "IOC는 올림픽 개최도시 계약이 규정하는 갹출금외에는 별도의 합의가 서면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대회운영과 재정, 개최에 대해 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돼있다. 계약은 IOC 총회에서 개최도시가 결정된 직후 맺게 돼 있어 도쿄의 경우 2013년 9월에 도쿄도, JOC, IOC 3자가 맺었다. 조직위도 2014년에 계약을 맺었다.

계약내용은 당초 비공개였으나 2017년 5월 공개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직위 사이트(https://tokyo2020.org/jp/news/notice/20170509-01.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lhy5018@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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