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 버거운데 조류독감까지…지자체 방역 '이중고'

2019-10-29 08:11:03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지고 나서 벌써 수의사 3명이 그만뒀는데,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친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 남짓 지났다.
ASF가 확진된 경기·인천은 물론 인접 지역이 방역 저지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상황에 설상가상 철새의 분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 검출이 이어져 지방자치단체마다 방역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16일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뒤 도와 시·군 공무원을 총동원헤 비상 방역에 나서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파주·연천·김포 3개 시·군의 ASF 감염농장과 주변 농장 55곳의 돼지 11만985마리를 살처분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151개 농장 돼지 21만6천907마리에 대한 수매와 도태 작업도 진행 중이다.
43일 동안 살처분과 매몰에 동원된 인력만 공무원 705명을 포함해 4천708명에 이른다. 굴착기 등 중장비도 540대가 투입됐다.
이 지역 양돈농장 앞과 핵심관리지역, 완충지역, 인접 시·군 등에 운영 중인 초소 898곳에도 매일 공무원 1천103명, 경찰 98명, 군인 1천726명, 농협·축협 234명, 민간인 1천724명 등 4천894명이 투입된다.

여기에 야생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포획기구를 설치하거나 집중포획 작전을 벌이는 데도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ASF 발병 이후 경기도와 해당 시·군 가축 방역 부서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수의사 18명 가운데는 휴일조차 쉬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가축사육이 많은 포천시는 수의사 정원 4명 중 1명만 근무할 정도로 인력난도 심하다.
경기도 방역 담당자는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은 현장인데, 정작 시·군에는 수의사가 없다"며 "2016∼2017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터졌을 때 격무로 수의사 10여 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는데, ASF 발병 두 달도 안 돼 벌써 3명이 그만두는 등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안성 하천 변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방역당국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으로 AI 방역까지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성시 관계자는 "안 그래도 돼지열병 방역에 모든 인력이 투입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데, AI까지 발생한다면 큰 일"이라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는 청미천과 안성천 등 철새도래지 주변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AI 바이러스 검출지역 반경 10㎞ 내 29개 가금류 농장(140만 마리)에 대해서는 소독강화와 이동제한 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경기도 방역 담당자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AI·구제역 특별방역기간"이라며 "ASF 사태에 AI까지 발병하면 지자체 방역업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기지역에 인접한 충남도는 '전시에 준하는 방역 태세'를 기치로 물 샐 틈 없는 방역 총력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4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돼 방역망이 뚫리면 국내 양돈산업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구제역과 ASF, AI의 선제적 방역을 위해 지난달 16일 15개 시·군과 농협 충남도지회 등 19곳에 방역 상황실을 설치, 24시간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운영했던 '일제 소독의 날'은 이제 일일 행사가 됐다.

축협 공동방제단과 시·군 보유 소독차량, 군부대 제독차량, 광역방제기, 산불 진화차량 등 191대를 총동원해 양돈 농장 1천227곳과 가금류 농장 7천5곳(사육두수 4천503만7천 마리)을 매일 소독을 하고 있다.

29일에는 도내 축산인을 대상으로 '환경 정비의 날'을 운영한다. 축사 주변 잡초와 쓰레기 등을 제거해 야생 멧돼지나 ASF 바이러스 매개가 될 수 있는 곤충·조류 접근을 사전 차단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10일 천안 봉강천의 야생조류 분변에서는 올 가을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당국을 긴장시킨 바 있다.
다행히 저병원성으로 판명돼 이동제한 조치는 곧바로 해제됐지만, 방역당국은 철새 도래지와 가금류 농장를 대상으로 소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ASF는 2주 넘게 추가 발생 없이 소강상태지만, 접경지역 야생 멧돼지의 바이러스 검출이 이어지고 있어 방역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도는 이달 30일까지 구제역 발생에 대비한 백신접종 예비인력과 소독장비, 매몰 후보지 등 방역자원 현황 조사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남도 역시 고병원성 AI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해 전남도·동물위생시험소, 시·군 27곳에 방역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22개 시·군에 거점 소독시설을 운영하고, 오리농장 출입구와 울타리 주변에 생석회를 뿌려 차단 방역 벨트를 구축했다.
종오리 농장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동물위생시험소 직원 35명이 매주 해당 농장을 방문해 점검하게 하고 있다.
도는 AI 발생에 대비 동절기 오리 사육제한 휴지기제, 가금 육계·육용 오리 농가 출하 후 14일간 휴지기 운영 등도 시행 중이다.
철새도래지 10곳에 대한 야생조류 분변검사도 애초 계획 260건보다 크게 늘린 860건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도는 인력이나 장비가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조류인플루엔자로 나뉘면서 효과적인 차단방역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용보 전남도 동물방역과장은 "인력과 장비는 제한적인데, 동시에 두 가지를 모두 막아야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가금류 농장은 철새 도래지 출입을 자제하고, 의심 가축 발생 시 신속히 신고(☎1588-4060)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영식 최해민 여운창 박주영)
jyoung@yna.co.kr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