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니어 3쿠션 선수권, '황제' 조명우를 위한 '졸업식'이었다

2019-10-06 05:37:38

조명우가 5일 밤(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막을 내린 세계캐롬연맹(UMB) 주니어 3쿠션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상패를 든 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당구연맹

[발렌시아=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마치 한 무리의 양떼 속을 휘젓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를 보는 듯 했다. 그만큼 조명우(21)는 압도적인 기량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때문에 5일 밤(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막을 내린 2019 세계캐롬연맹(UMB) 주니어 3쿠션 선수권대회는 '조명우의' '조명우를 위한' '조명우에 의한' 대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명우가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으로 자신의 마지막 주니어 대회를 마쳤다.



▶'주니어 황제'의 화려한 졸업식

조명우는 수원 매탄고 시절인 지난 2016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당구 신성'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세계 주니어 3쿠션 선수권'은 지금의 조명우를 만들어 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조명우는 2017년부터 성인 대회에 나서며 '신성'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진화해나갔다. 동시에 매년 주니어 선수권에서 출전해 세계 유망주들과 기량을 겨뤘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2017년에는 준결승에서 카를로스 안귀타(스페인)에게 뜻밖의 패배를 당하며 공동 3위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다시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올해 대회 자동 출전권을 따냈다.

UMB 주니어 3쿠션 선수권대회는 만 21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조명우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출전이었다. 사실 이미 성인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조명우로서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아도 됐다. 더구나 주니어 대회는 명예만 있을 뿐 우승 상금도 없다. 하지만 조명우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신의 마지막 주니어 대회를 명예롭게 마치고 싶다는 뚜렷한 동기를 갖고 있었다.

그런 명확한 각오와 동기로 무장한 조명우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샷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작은 사냥감을 잡을 때도 전력으로 달린다는 사자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아무리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생각한대로 샷이 들어가지 않을 때면 아쉬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명우는 "상대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연습했던 대로 샷이 들어가지 않으면 너무나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 주니어 대회인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결국 조명우는 조별예선 2경기와 16강, 8강, 준결승에 이어 결승까지 6경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주니어 황제'의 화려한 졸업식이었다.

▶존경받는 선수이자 롤 모델을 향해

가뜩이나 다른 참가선수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량을 지니고 있는 조명우가 이런 식으로 뚜렷한 각오로 정신을 집중하니 다른 주니어 선수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확실히 주니어 무대에서 조명우는 '황제'처럼 군림했다. 그가 보여주는 정확한 샷과 거침없는 경기력은 관중 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마저 감동시켰다.

관중은 물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주니어 선수과 팀 관계자들에게 조명우는 '슈퍼스타'였다. 패자는 어김없이 악수와 함께 사진촬영을 요청했고, 각국에서 온 선수단 관계자와 팬들도 조명우와 기념 촬영을 하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자주 등장했다.

워낙 파죽지세의 기량 때문인지 한국 선수단에서는 '어우명(어차피 우승은 명우형)'이라는 농담까지 나왔다. 고준서와 조화우, 김한누리 등 후배 선수들은 하나같이 "준우승이 목표"라는 말을 했다. 그 목표는 조명우의 한체대 1년 후배 고준서(20)가 달성했다.

조명우는 "대회 기간 내내 복잡 미묘한 기분이었다. 2연패로 마무리를 하게 돼 기쁘면서도, 내게 좋은 꿈을 심어준 이 대회에 이제 다시 못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아쉬운 감정도 든다"면서 "마지막 주니어 대회에서 좀 더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나는 주니어 무대를 졸업했지만, 내년에는 올해 참가한 후배 중 한 명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계속 우승을 이어가서 한국이 주니어에서도 강국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조명우는 "예전부터 우승도 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어린 선수에게는 롤 모델, 동료들에게는 존경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발렌시아(스페인)=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