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종이 보여준 베테랑의 힘…"욕심 버리고 주어진 역할 집중"

2019-09-03 07:49:08

[대한농구협회 제공]

한국과 러시아의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펼쳐진 2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러시아의 집요한 골 밑 공략으로 7-17로 뒤져있던 1쿼터 6분께, 한국의 김상식 감독은 이대성과 함께 양희종을 투입했다.

아르헨티나와 1차전에서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던 양희종은 결연한 표정으로 코트 위에 섰다.

9분 28초 동안 코트를 누빈 그는 2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다시 벤치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영향력은 드러난 기록 이상이었다.

양희종의 투입 후 한국 수비 조직력은 한층 살아났다.

상대 스크린플레이에 자꾸만 무너지던 수비는 양희종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훨씬 탄탄해졌다.

'맏형'인 그의 투지 넘치는 수비에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은 듯 거구의 러시아 선수들과 온몸으로 부딪히며 골 밑을 사수했다.

경기를 후 양희종은 "전반적으로 준비했던 것을 다 잘 보여준 경기"라며 "선수들 모두 100% 자신들의 힘을 다 발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반부터 높이와 체력적인 문제로 격차가 벌어져 아쉽다"면서도 "첫 경기를 어렵게 치르고 난 후 두 번째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양희종이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자 공격도 살아났다.

1쿼터 초반 10점 차 이상 뒤졌던 한국은 맹렬한 추격을 펼쳐 2쿼터에 37-40, 3점 차로 따라붙었다.

비록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양희종이 코트 위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그가 왜 임동섭, 양홍석 등 장신 포워드들을 제치고 대표팀에 승선했는지 보여줬다.

양희종은 "당시 경기에서 수비적인 역할이 필요해 내가 잡아주려고 들어갔다"며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상대와 기량 차이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 더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빼어난 활약에도 양희종은 많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은 3·4쿼터 승부처에서 양희종보다는 정효근을 중용했다.

베테랑 양희종은 의연했다. 그는 "후반에 많이 나가지 못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이어 "선수라면 누구나 많은 시간을 뛰고 싶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면서도 "출전 시간을 욕심내기보다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2패를 안은 한국은 4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나이지리아는 조시 오코기, 알 파루크 아미누 등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양희종은 "나이지리아는 유럽과 전혀 다른 팀"이라며 "개인기가 좋고 움직임이 빨라 체력적인 부분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도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이지리아를 상대하겠다"고 다짐했다.

traum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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