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트로피? 우린 바스크를 위해 뛴다…아틀레틱 빌바오의 100년 전통 '순혈주의'

2019-08-14 05:31:07

◇가이즈카 가리타노 아틀레틱 빌바오 감독. EPA연합뉴스

공격수 이나키 윌리암스(25·아틀레틱 빌바오)는 지난 11일 구단과 9년 연장계약을 했다. 국내 아이돌 1세대 시절에나 볼 수 있는 사실상의 '종신 계약'이다.



주장 이케르 무니아인(26·아틀레틱 빌바오)은 지난해 12월 재계약을 하면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한 구단이 나올 경우 이적해야 하는 '바이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넣지 않았다.

현대축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9년 재계약'과 '바이아웃 불포함'과 같은 일은 바스크 지방의 팀에선 흔히 일어난다. 1898년 창단한 빌바오는 독특하게도 '순혈주의'를 고집한다. 1912년 이래 100년 넘게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바스크 지역 출신들로만 스쿼드를 꾸린다. 윌리암스와 무니아인 역시 이곳 출신으로, 이들은 빌바오에 뼈를 묻을 생각을 하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빌바오 1군 감독으로 부임한 가이즈카 가리타노 감독(54)은 "우린 다른 팀들과 다르다. 돈, 우승만이 아니라 우리의 유니폼, 우리의 가치, 우리의 가족과 친구를 위해 뛴다. 내 생각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니크한 팀일 것이다. 이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12일 영국 정론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리타노 감독 역시 빌바오 출신이다. 구단 훈련장에서 10분 남짓 거리의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현재 자신이 지도하는 1군 선수들은 하나같이 '지인의 아들' '누군가의 조카' '레전드의 손자'다. 유스팀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또한 바스크에서 성장한 '누군가의 아들'이다. '구단에 대한 충성심'과 '가족과 같은 분위기'는 빌바오만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장점이다.

바스크 출신으로만 스쿼드를 꾸리다 보면 아무래도 전 세계 스카우트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라이벌 팀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유능한 다른 지역 선수는 영입하지 않지만, 하비 마르티네스(30·바이에른 뮌헨) 에므리크 라포르트(25·맨시티) 안데르 에레라(30·파리 생제르맹) 케파 아리사발라가(24·첼시) 등 팀 내 최고 선수가 빠져나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유럽 최고 수준의 유스 시스템을 갖춘 빌바오는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유스 선수들로 다시 채운다. 지난 5년간 매년 2명 이상의 유스 선수들이 1군 로스터에 합류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에게 당장 완성형 선수의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빌바오 일부 팬들은 전력 약화에 따라 지난시즌 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 위기에 놓이고 34년째 무관이 지속되자 "이제 그만 타지역 선수를 영입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단의 대답은 'NO'였다.

가리타노 감독은 "빌바오와 같은 팀이 100년 넘게 강등이 되지 않은 건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바스크 지역의 팀이 그렇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다른 팀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하지만 우린 앞으로도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철학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잔류하기가 점점 더 버거워지더라도 우리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 빌바오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빌바오는 두 잉글랜드 출신 감독 프레드 펜틀랜드와 하워드 켄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스페인 내 잉글랜드 클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스페인답지 않은 플레이스타일과 독특한 홈 경기장 분위기를 연출한다. 빌바오와 함께 강등을 경험하지 않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강호들도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선 고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시즌 빌바오(8위)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7팀 모두 산 마메스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조수 우루티아 전 빌바오 회장(50)은 "앞으로도 몹시 어려운 도전이 펼쳐질 것이다. 그것이 쓰나미 수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위력을 믿는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팀내 최고의 골잡이인 윌리암스는 "할 수 있는 한, 빌바오를 더 위대한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빌바오는 오는 17일 2019~20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전부터 디펜딩 챔피언 FC 바르셀로나를 만난다. 현시점에서 가장 강한 상대이지만, 바르셀로나 역시 빌바오 원정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시즌 우승하는 과정에서 빌바오를 두 번 만나 각각 1대1과 0대0으로 비겼다. 산 마메스의 독특한 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이스 리오넬 메시(31)가 부상으로 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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