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프로농구, 일본 전훈 전면 취소했다…다른 스포츠계도 확산

2019-08-05 06:00:01

'일본대사관은 보이는가?'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며 대형현수막을 펼쳐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NO! JAPAN.'



최근 악화 일로의 한-일 갈등 여파가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이어 스포츠 교류에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조치로 촉발된 한-일 경색 국면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추가 조치로 인해 심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국무회의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정면 반발하고 있고, '촛불시위' 등 국민적인 반일 운동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여겨졌던 스포츠 교류에서도 국민정서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확산된다.

결국 남자 프로농구(KBL)가 일본 전지훈련에 대해 사실상 전면 '보이콧'을 선택했다. 남자 프로농구뿐 아니라 여자 프로농구, 남녀배구, 도쿄올림픽 등 스포츠 전반에 걸쳐 반일 정서에 영향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 일본의 첫 수출 규제 보복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전지훈련을 계획·검토한 남자 프로농구 구단(총 10개)은 총 8개 팀이었다.

고양 오리온(이탈리아)과 서울 SK(마카오)는 애초에 다른 지역을 전지훈련지로 추진했고 전주 KCC, 서울 삼성, 인천 전자랜드, 안양 KGC, 울산 현대모비스, 창원 LG, 부산 KT, 원주 DB 등이 대거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일본 전지훈련은 중국 등 다른 지역보다 장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발생하기 훨씬 전에 전지훈련 계획을 짜기 때문에 일본행 추진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과거사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식 일본의 대응이 심화돼 국민적인 반발을 자극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무리 순수한 스포츠 교류라지만 종전과 차원이 다른 반일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KCC가 지난달 중순 가장 먼저 일본 취소→필리핀으로 선회를 결정한 가운데 KGC와 전자랜드가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일본 전지훈련 취소를 밝혔다. 나머지 구단들은 이미 해놓은 일본 구단과의 약속, 대체 훈련지 난항, 극적인 한-일 갈등 해결 실마리 등을 이유로 심사숙고를 해왔다.

결국 일본 시부야(썬로커스)와의 자매결연 때문에 고민이 가장 컸던 현대모비스가 지난 1일 일본행 취소를 최종 결정하고 시부야 측에 양해 공문을 보냈다. 갈등의 분수령이었던 2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조치가 발표되자 다른 구단들도 일제히 일본 전지훈련 전면 백지화를 밝히는 등 'NO! JAPAN' 운동에 동참키로 했다. 이들 구단은 대만 등 대체지를 찾거나 강원도 지역 국내 훈련으로 대신할 방침이다.

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일본 농구단들은 일본행을 고민하는 한국측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베 정부와 일본 매체가 이번 사태를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기에 한국이 왜 그렇게 반발하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측에서도 한국측 사정을 알게 됐고, 서로 양해하는 선에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여자 프로농구와 남녀배구에서도 일부 취소하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자 프로농구의 경우 삼성생명은 서울 삼성과 함께 일본행을 취소했고, 신한은행도 국내 훈련만 하기로 했다. 나머지 2개 구단 정도가 일본행을 계획했지만 역시 취소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오는 10월 초 농구 선진지 견학의 일환으로 일본에서의 미국프로농구(NBA) 2019∼2020시즌 개막전 참관을 추진하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도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

배구에서는 여자배구 KGC인삼공사가 일단 포기했고, 나머지 일부 구단들은 취소에 무게중심을 두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의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는 전지훈련 방식이 농구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측 구단과 협약을 맺고 방한-방일을 번갈아하며 친선 교류전을 치르기 때문에 일방적인 취소로 장기 교류의 틀이 깨지는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도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취소가 대세'라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NO! JAPAN'은 아마 종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청과 춘천시 여자컬링팀이 1∼4일까지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월드컬링투어(WCT) '홋카이도 은행 컬링 클래식 2019'에 불참했다.

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안전 우려로 인해 제기돼 왔던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이 반일 감정과 함께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후쿠시마산 식자재 올림픽선수촌 공급, 성화 봉송 후쿠시마 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일부 국민들은 "치졸한 경제 보복까지 가동한 아베 정부의 도쿄올림픽에 들러리가 될 필요가 있느냐. 우리 선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라며 올림픽 보이콧 대응을 주장한다. 도쿄올림픽 보이콧 국민운동을 제안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한편, 한 아마종목 협회 관계자는 "국민정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4년 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을 위해 선수 인생을 걸고 준비해 온 선수들의 입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의 도리 등을 생각하면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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