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지훈련 무산 위기, '솔로몬의 해법' 찾는 프로농구

2019-08-01 05:01:07

◇스포츠조선 DB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정말 '솔로몬의 해법'은 없는 걸까요?"



현재의 시국과 국민정서를 생각하면 '취소'가 정답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즌 준비 과정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은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남자 프로농구 10개 구단 관계자들은 요즘 머리를 꽁꽁 싸맨 채 '솔로몬의 해법'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할 경우 과연 어떻게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일본 정부가 갑작스럽게 경제 보복 조치를 시행하자 온 국민이 분노했다. 급기야 자발적인 'NO JAPAN' 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일본 기업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 취소 등이 핵심이다. 한-일관계가 회복되기 전까지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듯 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남자 프로농구 구단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2019~2020 정규시즌 개막(10월 5일)을 약 2개월 앞둔 구단들은 9월을 전지훈련 시기로 잡았다. 개막 직전에 팀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장소는 일본이 주를 이뤘다. 오리온(이탈리아)과 SK(마카오)를 제외한 8개 구단이 일본에 가기로 돼 있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장점이 많았다. 우선 가깝고, 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일본도 개막을 앞둔 시기라 팀들의 전력이 가장 올라와 있어 연습경기 상대로 매우 좋다. 더불어 그들 역시 개막 직전이라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는 거친 플레이를 자제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플레이 스타일도 우리와 비슷하고, 경기 자체도 깔끔하게 해서 실전 연습을 치르기에 좋다"며 국내 구단들이 일본 전훈을 선호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창 국민적으로 'NO JAPAN'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시기라는 게 문제다. 이미 오래 전에 잡아놓은 일정이지만, 팬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스포츠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내부 검토 끝에 일본 전지훈련을 취소하는 구단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9월 이전에 한-일관계가 개선되길 바라며 계속 고민 중인 구단도 있다.

일본행을 취소한 구단들도 고민이 끝난 건 아니다. 원래 계획됐던 훈련 스케줄에 공백이 생긴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 대안은 중국이나 필리핀으로 훈련지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적합한 훈련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9월 해외전훈은 '실전 감각 끌어올리기'가 핵심이라 대부분 연습경기로 채워진다. 그래서 10일 안팎의 전훈 기간에 가능한 한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중국이나 필리핀 쪽으로 전지훈련지를 찾으려다 보니 적절한 훈련 파트너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중국이나 필리핀은 경기장 시설이 좋지 않고, 이동이 복잡하며 특히 플레이 스타일이 거칠어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이나 필리핀으로 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너무 거칠게 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일본쪽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호주, 유럽 등으로 가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시즌 일정도 맞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 남아 대학 팀이나 다른 프로팀과 연습 경기일정을 잡는 게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구단끼리는 국내에 잔류하게 되는 팀끼리 '미니리그'로 연습경기를 치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마치 프로야구의 '시범경기'처럼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관중 동원 효과도 노려보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력 노출을 우려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커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팬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한 양해를 구하고 당초 예정대로 일본 전훈을 진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로농구계 모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과거 한일관계가 안 좋았을 때도 문화계나 스포츠계는 민간 교류 차원에서 꾸준히 접촉해온 바 있지 않나. 일본 전지훈련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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