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군단'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한적한 외곽에 자리잡은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농구 LG세이커스의 변화를 위한 노력은 확실한 방향성을 띄고 있었다.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끈질기게'가 모토다. 궁극적으로는 팀 전술의 핵심이던 김종규(28)가 떠난 빈자리를 지우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현주엽 감독은 "완전히 다른 팀 컬러를 보여주려고 한다. 한층 더 재미있는 농구가 될 것"이라며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강원도 양구에서 고강도 체력 훈련을 마친 LG는 이후 전용 훈련장이 있는 이천 LG 챔피언스파크로 돌아왔다. 현 감독은 "다음 시즌 우리는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강한 체력훈련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스파크에서는 전술 훈련과 함께 대학팀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체력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8일 성균관대전을 시작으로 24~25일 고려대, 성균관대전에 이어 30일에는 은희석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 농구부와 연습경기를 펼쳤다.
이날 연세대전에서는 김시래와 조성민, 강병현 등 핵심 멤버와 이적생 정희재 등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뛰는 농구'로 대변되는 새로운 전술을 시험가동했다. 현 감독은 "(김종규 이적으로) 높이가 낮아진 만큼 우리는 더 뛰어야 한다. 또한 지난 시즌에 약점이었던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만 박재헌 강 혁 코치 등도 이러한 현 감독의 새로운 플랜을 선수단에 제대로 이식시키기 위해 현역 시절에 버금가는 운동을 소화하고 있다. 직접 코트에서 선수들과 몸을 부딪혀가며 훈련을 이끌기 위해서다. 현 감독은 "우리 코치들이 현역 때 모두 수비에 강했다. 선수들이 그런 움직임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LG는 지난 시즌에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부임 첫 시즌에 리그 9위를 차지했던 현 감독은 두 번째 시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다. 일단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김종규가 우여곡절 끝에 FA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김동량과 정희재 그리고 서민수 등 역량 있는 선수들이 새로 합류해 공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냉정히 말해 지난 시즌과 같은 성적을 장담키 어렵다.
하지만 현 감독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위한 '실마리'도 어느 정도는 찾은 듯 하다. 특정 선수가 아닌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것이다. 이 '그림'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이미 양구 체력훈련 때부터 시작됐다. 현 감독은 "높이가 낮아졌지만, 보다 다양한 형태의 공격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뛰게 될 것이다"라면서 "더불어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기대감이 있다. 버논 맥클린은 KBL 경험이 많고, LG농구를 안다. 캐디 라렌도 비록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아도, 스크린 등 패턴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며 8월 하순에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하면 보다 확실하게 팀 컬러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LG 농구의 새로운 변화가 과연 어떤 형태로 실전에 드러날 지 주목된다.
이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