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제구실 못한 연맹…조롱거리 된 개최국 국가대표

2019-07-28 10:36:42

(광주=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지난 14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테이프로 특정 상표를 가린 상의를 입은 우하람이 입장하고 있다(왼쪽).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15일 우하람이 임시방편으로 국가명을 붙인 상의를 입고 10m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다. 2019.7.15 yatoya@yna.co.kr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우리나라 수영을 이끌어가는 대한수영연맹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대회였다.
12일 대회가 개막한 이후에도 제대로 된 선수단복이 지급되지 않아 우리 선수들은 대회 초반 'KOREA'라는 국가명도 없이,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린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선발된 오픈워터 수영 국가대표 선수도 체면을 구겼다. 연맹이 국제규정에 맞지 않는 수영모를 지급한 탓에 경기 직전 퀵서비스를 통해 새로 전달받은 수영모에 직접 펜으로 KOR'라 적은 뒤 출전하는 웃지 못할 일을 겪었다.
연맹은 안방에서는 처음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대회의 성공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연맹이 제구실을 못 하는 바람에 묵묵히 땀 흘린 선수들만 지구촌 손님들 앞에서 조롱거리가 됐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는 것에 있다.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 연맹 집행부 내 경기인 출신과 비경기인 간의 갈등 등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연맹은 지난해 말로 A사와 용품 후원 계약이 끝난 뒤 새 후원사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올해 3월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두 업체를 새 후원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경기인 출신의 일부 인사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4월 열린 이사회에서 불과 한 달 전에 내린 결정을 뒤엎고 후원사 선정 작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연맹은 이번 대회 개막을 10여일 앞둔 지난 1일 자로 기존 후원사였던 A사와 재계약했다. 이 때문에 선수단복 지급도 늦어졌다. 계약 조건은 새로 후원하려 했던 업체가 더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은 2013년 7월이다. 대한수영연맹에는 대회 준비에 6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전부터도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연맹은 허송세월했다.

연맹은 대회 준비에 온 힘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에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들의 비리 행위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된 뒤 2년 3개월 동안 수장 없이 표류했다.
지난해 5월에 가서야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을 새 회장으로 뽑고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한국수영의 정상화를 바라 온 수영인들은 "수영연맹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꿈과 희망을 주는 연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한다"는 김 회장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한국수영은 안방에 손님을 불러놓고 놀림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용품 후원 계약을 할 때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먼저 생각했건만 정작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인 수준과 큰 격차를 보였고, 경영에서는 대부분 제 기록조차 단축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우리 선수단의 부진은 이번 대회 흥행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쳤다. 이 또한 연맹의 책임이 크다.

연맹은 대회 폐막을 닷새 앞둔 지난 23일에야 선수단 용품 지급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회 준비와 내부 관리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면서 사과했다.

연맹의 뒤늦은 사과에도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회가 끝나면 대한체육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까지도 이번 사태의 속사정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hosu1@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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