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낯선 암 '두경부암'…발견 늦을수록 생존율 '뚝'

2019-07-26 08:05:26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 올해 62세인 A씨는 수개월 전부터 목에 만져지기 시작한 혹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대학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목 오른쪽에 발견된 혹은 림프절이 커진 것으로, 구강암, 편도암, 인두암 같은 두경부암 또는 갑상선암이 전이됐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정밀검사를 한 결과, 하인두암이 우측 목에 전이된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A씨의 하인두암처럼 입, 코, 목 부분에 생기는 암을 두경부암라고 한다. 해부학적으로는 갑상선도 두경부 영역이어서 두경부암에 갑상선암이 포함되기도 하지만, 다른 두경부암과 달리 갑상선암은 경과가 좋은 편이라 질병통계에서는 따로 분리돼 처리되곤 한다.

2015년 보건복지부 국가암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두경부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종에서 연간 발생 건수 10위에 해당했다. 여기에 별도 암으로 분류되는 갑상선암을 두경부암 범주에 넣는다면, 두경부·갑상선암 발생 건수는 연간 총 3만건으로, 위암(2만9천건)을 넘어 전체 암 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된다.


일반적으로 두경부암은 갑상선암보다 인식 수준이 높지 않아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름 자체가 생소하다는 사람도 아직 꽤 많은 편이다.
두경부암(頭頸部癌)은 한자 그대로 머리와 목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영문으로도 'Head and Neck Cancer'로 불린다. 해부학적으로 두경부는 가슴 위부터 뇌 아랫부분까지로, 입과 코, 목 부위가 이에 해당한다. 갑상선암을 두경부암에 포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경부는 호흡기관 및 소화기관의 시작점이면서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말을 하고, 음식을 먹는 등 살아가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두경부암은 발견 시기가 늦을수록 생존율이 떨어지고, 구강암이나 비인두암처럼 얼굴에 발생하는 암은 미용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어 두경부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암이 그러하듯 두경부암 발생 원인도 다양하다. 다만 가장 주된 위험요인이 흡연이라는 건 확실하다. 담배는 구강암과 설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음주 또한 후두암, 인두암 발병과 연관성이 크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할 경우에는 두경부암이 생길 위험이 수십 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의 경우는 유전적 영향이 크지만,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발생 위험이 매우 큰 편이다. 방사선 노출로 유전자 변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방사능 유출이 있었던 지역 방문은 피하는 게 좋다. 또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1년에 여러 번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담당 전문의와 위해성 여부를 충분히 상의하고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두경부암은 워낙 다양한 부위에서 암이 발생하는 만큼 그 증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다만, 구순암(입술암)이나 구강암의 경우에는 입술이나 입안 한 곳이 계속 헐고 덩어리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인두암은 침을 삼키거나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느껴지고, 침샘암은 얼굴이나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후두암은 목소리 변화가 나타나는 게 가장 특징적인 증상으로, 다른 암에 견줘 비교적 진단이 빠른 편이다.

갑상선암은 갑상선 부분에 크고 딱딱한 혹이 만져지면서 이로 인해 기도나 식도가 눌려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생긴다.

두경부암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야 하는데, 다행히 항암·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는 편이다.

우선 초기암일 경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치료 중 하나만을 시행하고, 암이 꽤 진행된 경우에는 단독요법보다는 수술과 방사선치료 또는 수술과 항암면역화학요법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다양한 맞춤 치료법을 시도한다.

또한, 두경부암은 기능 보존과 얼굴변형 등을 고려해 가능하다면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로 완치를 목표로 하고, 수술적 절제를 최소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능 보존이나 미용을 너무 우선시해 암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는 경우 재발이나 전이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암이 재발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

두경부암 수술의 상당수는 구강을 통해 시행하는데, 접근이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는 '경구강로봇수술'(TROS; Transoral robotic surgery)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수술법은 내시경으로 수술 부위를 확인한 다음 전기소작(전기지짐) 기능을 가진 가위와 집게로 당기고, 자르고, 지혈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수술방식인 레이저 수술이 레이저의 직진성 때문에 깊은 곳이나 각진 부위의 수술이 불가능하고 지혈이 어려웠다면, 로봇수술은 로봇팔을 굽혀가며 가려진 부위에 접근할 수 있고 전기소작으로 확실히 지혈함으로써 정확성과 안정성이 우수한 게 장점이다.


갑상선암도 목에 피부절개 상처나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내시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로봇수술은 목에 상처 없이 겨드랑이나 귀 뒤 또는 입안을 통해 갑상선을 절제할 수 있고, 10배 확대된 3D 영상을 보면서 최대 3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이나 중요 구조물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반면 내시경 수술은 로봇 수술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상처가 거의 없는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택하는 방법이다. 다만, 3배 정도 확대된 2D 영상을 보면서 두 개의 로봇팔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봇수술보다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건강검진이 보편화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몸의 작은 문제점들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잉진단과 치료 논란이 불거진 갑상선암도 이런 건강검진 보편화와 함께 초음파의 광범위한 보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도 최근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갑상선에 대한 진단적 검사를 조금 더 제한적으로 하고, 수술 범위도 줄여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5㎜ 이하의 결절에 대해서는 암이 의심돼도 바늘로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세침검사를 하지 않거나, 암으로 진단된 후에도 결절 크기가 1㎝로 커질 때까지는 '적극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하고, 1㎝가 넘어도 전절제 수술이 아닌 일측엽절제수술(반절제술)만 시행하는 등으로 검사 및 치료 기준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들 속에도 적응증과 예외는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갑상선암이니까 괜찮아'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환자의 나이와 성별, 가족력, 암의 크기와 위치, 주변 조직과의 관련성,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을 주치의와 꼼꼼히 분석하고, 개별화된 치료 선택지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 정영호 교수는 199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2016년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암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중심으로 연수했다. 2017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두경부암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갑상선암 및 두경부암 로봇수술 분야의 선두주자로,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기획이사 및 대한소아이비인후과학회 간행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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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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